광산구 신룡동 팔랑산

▲ 불 탄 흔적이 역력한 소나무들. 새 생명을 싹 틔우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 싶다.
 언제부터인가 <앞산뒷산>팀에게 숲은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무성하게 우거져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야산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가늠할 수 없음이다. 산행이 40회를 넘고 인적 끊긴 산들이 탐험 대상이 되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상황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 `지네 습격 사건’(본보 8월21일자 12면)을 겪은 지난달 갈미봉 산행 이후 공포는 더욱 늘었다.
 특히 지금은 무성한 숲의 기운을 받아 뱀·벌 등 산생명들의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계절. 산행자들의 몸이 더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그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광산구 신용동 팔랑산을 찾아간다.
 그 산, 찾기가 어렵다.
 하남산단 9번로 끝 지점에서 임곡 가는 2차선 도로로 접어든다. 그 길에서 검정마을이라는 표지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팔랑산은 거기서부터 약 1km,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깊숙이 들어 앉은 검정마을 주변엔 여러 봉우리들이 솟아 있었다.
 어느 산일까?
 그 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도면에 표시된 높이는 해발 100여 m.
 주변 높고 우뚝한 봉우리들 다 제치고 이름 석자 용용하게 도면에 올린 산의 내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덟 팔, 사내 랑자를 쓴다지 아마.” 여기까지다. 이 마을에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전중석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알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고추를 따던 다른 어르신도 “어른들에게 듣지 못했다”며 같은 처지임을 호소, 더 이상 비빌 언덕이 없다.
 “마을사람들 발길 끊은 지 한 참 됐다”는 그 산. 저수지(두정제)옆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는 귀뜸을 수확으로 삼고, 발길을 옮긴다.
 산초(젠피)나무·수리딸기·청미래덩굴 등이 곧추세운 가시로 할퀴고 막아선다.
 길은 과거일 뿐, 현재는 숲만 무성하다.
 뛰어들기 두려워 겉만 맴돈다. 그래도 이왕 나선 발걸음, 갈 데까지 가보자며 큰 맘 먹고 들어선다.
 썩어서 잘린 나뭇가지 하나 집어 들었다. 잡목을 휘저어 길을 내고, 혹 만날 수 있는 뱀이나 독충의 제압용이다.
 팔랑산은 몇 해 전 큰 화재를 당했다. 산자락을 조금 헤치고 들어서니 아직도 아물지 않은 흔적이 그대로다.
 밑둥이 시커멓게 타버린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잎을 빼앗긴 나무들은 가지만 앙상하고, 초록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누런 이단아가 됐다.
 화재의 상처가 온전히 복구되지 못한 능선은 잡목의 우거짐이 덜하다.
 초입에서 겪었던 두려움이 줄어 다행이지만, 아물지 않은 숲의 상처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어 착잡하다.
 그렇게 정상에 서면 사방이 확 트였다. 황토밭 생명을 키우는 이랑들 가지런하고, 푸른 논에서 낟알을 살찌우는 벼들의 햇살사냥이 한가롭다.
 그 논밭들의 생명수이리라. 하늘을 담은 저수지가 그 만큼 푸르다.
 팔랑산 주변으론 물이 흔하다. 군데군데 저수지가 많은 것.
 “물에 둥둥 떠 있는”이라고 표현한 주민의 설명에 고개를 조아리며 산을 내려왔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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