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 만들고, 광주에서 우뚝 선 종합식품브랜드로 키우겠다.”
 광산구 우산동에 자리잡은 `밀알식품’ 김영숙(46) 대표가 밝히는 포부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300만개 가운데 여성 사업체는 114만개, 36%를 넘어섰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최근 10여 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여성 CEO들의 활약과 성과도 갈수록 두드러진다.
 김 대표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시작은 초라했다. 지난 95년 10여 평 공간에서 종업원 1명을 두고 참기름과 들기름·볶음깨를 만들어 판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11년, `밀알식품’을 연매출 30억원에 종업원 20명의 지역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생산품목도 미숫가루·청국장분말 등으로 다양화하는데 성공, 이제는 100여 가지에 이른다.
 북구 청옥동에서 태어나 광주를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아내였던 평범한 전업주부는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광주를 대표하는 여성 CEO로 변신했다.
 특별한 경영 노하우는 없다고 했다.
 “24시간 눈을 뜨고 있지 않으면 제조업은 도태합니다. 제품개발, 상품 디자인, 영업에서 조금만 게을리하면 뒤처지는 거죠. 제품을 정성껏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요.”
 직접 영업을 뛰기 때문에 1년이면 5차례 정도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광주시 해외시장개척단에 참여하면서 지난 2003년 한인들이 많이 사는 LA 등 미주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매출의 10분의1 수준인 3억원 정도의 물량을 수출한다. 지난해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됐고, 광주시 무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엔 무역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어요. 주위 도움을 받아가며 밤을 새워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의뢰 없이 자체 수출해요.”
 회사 대표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었다. 여성경제인연합회 등에서 주관하는 여성 CEO 과정 같은 프로그램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들었다. 전남대 경영대학원 경영자 과정도 수료했다.
 “주부일 때보다 더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일하는 게 좋아요.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안했으면 길이 안보였겠죠.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하니까 길이 보였어요. 목표도 생기고.”
 그는 세심함과 부드러움을 여성 CEO의 장점으로 꼽았다. 술접대 같은 우리사회에서 고착화된 접대문화에 익숙치 않은 것도 오히려 여성이 갖는 장점이라고 말한다. 오직 열심히 쌓은 실력으로 주위에 우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낫고 특히 식품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소개했다.
 경영이념은 `정직한 기업’. 먹을거리를 만드는 회사로서는 `정직’이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먹을 수 있게 엄마의 손맛을 담아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한번 제품을 쓴 고객은 절대 이탈하지 않아요.”
 질 낮고 값싼 제품들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서 속이 상하고 장삿속(?)에 대한 미련도 있었지만 결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평생 이 일을 하려면 `바르게 가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소비자들이 이름만 보고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일이나 대기업의 물량공세는 앞으로 경쟁해나가야 할 과제다. 음식의 고장인 광주에 식품사업체가 드물어 외로운 길(?)을 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헛된 욕심은 부리지 않고 안정되게,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갈 계획이다.
 “아직 많이 부족해요. 주부가 하나씩 살림 늘려가듯이 일해 나갈 겁니다. 주위에서 정말 열심히 한다고 인정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글=장용성 사진=김태성 기자 y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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