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인터뷰를 하다가 인터뷰를 당하니까 이상해요.”
 인터뷰를 하는 사람 김남이(22)씨. 그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셈이다.
 광주에 유일한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소출력 방송)인 광주시민방송의 음악프로그램 <음악의 힘>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으러 다닌다. 좋아하는 음악과 음악에 얽힌 추억을 듣고 전한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를 휴학 중인 그는 졸업을 잠시 유보하고 올 4월부터 광주시민방송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그의 꿈은 따뜻한 라디오 방송의 PD가 되는 것이다.
 “라디오는 인간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옆에서 친구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고. 늦은 밤 잠자기 전에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이에요.”
 돌아보면 하루종일 다른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란 것이 고작 업무에 관한 것이나 점심 메뉴밖에 없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라디오’라는 매체가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
 그도 라디오 일을 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가 맡은 코너인 `찾아가는 라디오’를 통해 지금껏 만난 사람은 얼추 30여 명.
 “나이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이 일을 하기 전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에요.”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5·18민중항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고, 음악다방 DJ 하던 경험을 들려주는 이도 있다. 같은 음악이라도 사람마다 이야기는 다 다르다. 음악을 편식하던 그가 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가 만난 사람들 덕분이다.
 여수가 고향이라 광주 지리를 잘 알지 못했던 그는 이 일을 하면서 광주 지리를 모두 알아버렸다. 광주 구석구석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가까워졌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적다는 것은 아쉽다. “소출력이다 보니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어야 프로그램의 잘못된 점은 개선할 수도 있고 하는데 좀 아쉬워요.” 현재 1W로 출력을 제한받고 있는 문제는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천영세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안(공동체라디오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결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지역 공동체에 기반한 작은 라디오 방송국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 가깝게 파고 드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김씨.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이웃의 사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라디오를 꿈꾸는 그는 당분간 광주시민방송에서 꿈을 풀어놓을 생각이다. 매일 오후 6시 FM 88.9MHz에 주파수를 맞추면 김남이씨가 풀어놓는 사람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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