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풍년<편집국장>
 지난 주에 중국 랴오닝성 센양시에 다녀왔다. 인구 800만의 이 도시는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과 무척 밀접하다. 일제 때 독립투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만주 땅 봉천이 바로 이 곳이다. 그래서인지 센양은 한인들과 조선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특히 `서탑거리’는 온통 한국판이다. 북방시장을 겨냥한 한인들이 밀집한 한인촌이다. 센양 한인사회는 서탑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온갖 뉴스들이 빠르게 유통되곤 한다. 그런데 센양에서 해괴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한달 전쯤 이 곳엔 광주의 귀빈(?) 한 명이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 박광태 광주시장이다. 광주의 한 건설사가 문을 연 산동성의 골프장을 격려한 이후다. 서탑거리의 한국식당 `오아시스’는 설레임 속에서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오아시스는 센양에 진출한 유일한 광주기업이 운영하는 3개의 외식업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의당 고향의 단체장이 찾아와 어깨를 다독여줄 줄 알았던 것이다. 게다가 박 시장 일행은 센양시 당국으로부터 별다른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차량과 수행원을 구해달라는 실무자의 부탁도 오아시스측이 들어준 터였다.
 그러나 박 시장을 만찬에 초대까지 해놓고 기다리던 이 식당은 요상한 통보를 받았다. `내가 왜 거기에 가느냐’는 박 시장의 거절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외면당한 식당 직원들의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까닭을 알아보니 문제는 한 신문사였다. 오아시스가 시장과 시정에 비판적인 언론사의 관련회사임을 알게 된 박 시장이 버럭 화를 냈다는 후문이었다. 아연실색할 일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박 시장이 여 보란 듯 들어가 술밥을 먹은 곳은 이 식당 코앞에 있는 북한식당이었다. 또 한 끼는 옆집이었다. 지역 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을 굳이 마다하고 앞집 옆집으로 놀리듯 들락거렸다니…. 그 발상과 도량이 유치하다 여겨졌다.
 그 신문이 <광주드림>이라니 곤혹스러웠다. 당시 시청 실무자들은 일정에 출향 기업의 식당방문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그건 제 정신이 박혀 있는 상식적인 일이 아닌가. 사실 대다수 시민들은 단체장들의 뻔질난 외유를 마뜩찮게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 있는 한인들에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들이 출향 기업이나 유학생들을 찾아 격려하고 고향에 대한 관심도 심어주는 탓이다. 우선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것은 공무에 해당한다. 서탑거리를 방문하는 국내의 많은 단체장들이 제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가는 이유일 게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요.” 서탑에서 만난 한인회 관계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시장은 실무자들조차 당연히 여기는 일을 사적 감정으로 내팽개치지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
 진정 걱정스러운 건 이런 `몰상식’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판과 감시가 업인 언론을 기화로 엉뚱한 분풀이를 하는 수준이라면 말이다. 예컨대 자신의 권한 안에 들어있는 공무원들의 인사권과 각종 사업들은 어찌 되겠는가. 시민단체나 복지시설에 대한 시의 지원금은 사심 없이 갈음할 수 있겠는가. 비위를 맞추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축에만 기울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하필 박시장이 오늘도 외유중이란다. 그가 외국에 나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경원할지 새삼 궁금하다.
 굳이 이런 잡문을 붙이는 것도 용렬한 짓인지 모르겠다. 허나 아쉬운 마음에 사족을 단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인간의 `그릇’이 크면 클수록 여럿에게 좋은 일이니까.
 hwpo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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