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풍년<편집국장>
 “그깟(?) 일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느냐.”
 “왜 한사코 각을 세우려 드느냐. 그쪽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어두운 면만 자꾸 부각하면 지역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무슨 일이든 이력이 나면 수월한 게 이치이련만. 신문 만드는 일이 갈수록 버겁다. 날마다 기사를 두고 부대끼고 시달리는 탓이다. 그게 업이니 엄살을 떨어서야 될까마는. 이런 면박과 항변들이 대부분 착각이나 오해임을 밝히고 싶다.
 과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뉴스란 무엇일까. 저마다 관심 분야와 취급하는 영역의 차이가 있겠다. 그러나 지역에서 뉴스를 다루는 언론의 중심가치는 역시 `지역’이다. 광주발 뉴스의 고갱이는 언제나 `광주’이어야 할 것이다. 140만 명이 발 딛고 사는 이 땅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문제는 숱한 기사들의 중요도를 매기는 일일 게다. 그 잣대는 공공성에 있다. 또 그 잣대는 공직에 가장 엄정하게 들이대야 마땅하다. 왜냐면 그들은 공공의 이익에 종사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나아가 공직이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지대하기 때문이다. 공직의 부정부패, 부조리, 잘못된 관행을 고발하는 기사는 의당 으뜸이어야 한다. 그게 지역언론 종사자들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예를 들어 시청 지하 밀실에서 이뤄진 불법 영업을 보자. 그걸 대수롭지 않는 일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설사 유사한 행위가 시내 환락가에 만연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깟’ 일로 `착각’하는 일부의 시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각’을 세운다. 시청과 구청, 지방의회, 교육청, 그 밖의 공직에 한사코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명색이 언론이라면 권력을 향해 사심없이 대립각을 세워야 하지 않는가. 지금 지역의 권력은 `청’에 있다. 유권자인 시민에게 있었던 적은 불과 순간이었다. 선거기간일 뿐이었다. 지역언론이 `청’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다가가는 건 숙명 같은 거다. `가만히 있겠느냐’는 우려는 신문사를 걱정하는 선의일 게다. 그 걱정이란 언론과는 무관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개의치 않는다. 아니, 공직사회 저변의 건강성을 믿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언론이 제기하는 문제의 시비를 가리고 잘못을 고쳐나갈 것이다. 만약 공직자들이 기사의 진위는 팽개치고 엉뚱한 화풀이에 동원된다면 얼마나 절망적이겠는가. 공직 일반의 양식과 지적 수준에 비춰볼 때 괜한 오해요 기우다. 오히려 공직자들을 조직폭력배 정도로 취급하는 모욕이라 할 것이다.
 `어두운 면만 부각한다’는 지적은 아프다. 자꾸만 드러나는 어둠을 외면할 수 없는 `기자질’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억지다. 어두운 구석에 빛을 비추지 않는다면 그곳은 영원히 어두울 뿐이다. 지역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바꾸고자 한다면 들춰내어야 한다. 어둠을 가리키는 건 절망을 토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빛을 쏘여 희망을 만들자는 외침이다. 신설학교 납품비리 사건을 폭로한 기사를 보라. 과연 광주교육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는가. 일부의 항변처럼 교육자들을 죄다 도둑으로 몰아버렸는가. 아니다. 그보다는 교육행정의 투명성을 회복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눈 밝고 맘 따순 독자들에게 감히 고한다. 어두운 구석이 남아있는 한 쉬지 않고 `부각’해야 옳습니다. 행여 신문을 집어드는 오늘 아침이 심란하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일, 아니 모레, 어쩌면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의 즐거운 아침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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