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풍년<편집국장>
 부동산 이야기로 날이 새고 진다. 온 나라 백성들이 아파트에만 목을 매고 사는 것도 아닌데…. 그 소동의 진원지는 언제나 서울과 주변 신도시다. 정책이라는 것도 죄다 그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체 언제쯤 저 난리가 끝나려나. 강남 아파트 한 채가 수십 억원이라는 둥, 하룻새 신도시 집 값이 몇 천만원씩 튄다는 둥…. 신물이 난다. 서울도 전국의 한 지역일 뿐인데. 특정 지역의 주택 문제에 하등 상관없는 사람들조차 혼이 나갈 지경이다.
 제 아무리 넓다 해도 아파트가 운동장일 수는 없을 테고. 먹고 자고 몸을 움직이는 공간이라야 거기서 거기인데. 그 작은 네모 한 칸이 보통사람 평생 벌이를 합해도 미치지 못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봐도 서울은 미쳐 돌아가고 있는가 보다. 일찍이 정신차리고 고향으로 내려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서울지역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이겠지만. 우리끼리 얘기니까 서울탈출의 변을 늘어놓는다.
 학창시절에 직장까지 합하면 꽤나 서울살이를 해봤다. 번듯한 집은 엄두도 못 내고 변두리 셋방살이가 전부였지만.
 학교든 직장이든 집에서 얼추 1시간 거리였다. 출퇴근은 거의 전쟁이었고 주차공간도 술밥 먹을 공간도 미어졌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눈앞에 약속장소를 두고도 차가 막혀 발을 동동 구를 때도 많았다. 도로마다 그득한 차량들의 행렬. 머리 위론 고가도로요, 발 밑엔 지하철이 구른다. 일부 특권층들이야 우리네 장삼이사와는 다른 동선이었을 게다. 그래서 없어서는 더욱 서럽다.
 빛과 어둠처럼 뚜렷한 빈부의 차이가 골수에 박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재래시장과 유명 백화점이 지척이고 싸구려 여관 건너편에 호화 호텔이다. 비닐 봉지와 쇼핑백, 만원버스와 고급 외제차가 일상적으로 비교되는 곳이 서울이다.
 멀쩡한 사람도 `나는 왜 이렇게 살지’하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까닭없는 증오심도 싹트고 오만 가지 범죄도 횡행한다. 어차피 익명의 사회다. 인파에 묻혀버리면 존재 따위는 흔적도 없어진다. 체면도 눈치도 안면도 볼 것 없는 `내 것 쟁탈전’이 가이 없다. 공간 부족의 병리현상이 집약된 게다. 사람들이 마치 비좁은 우리에 갇힌 짐승들마냥 발작적이다. 도무지 이웃이 없다. 모두가 경쟁의 대상이다. 서로를 불신하고 공격적이다. 형편이 비슷한 처지인데도 호의보다는 적의를 품기 일쑤다. 내가 먼저 가야 하고 많이 가져야 하는 탓이다. 어쩔 것인가. 공간이 좁으니 좀스러워 질 수밖에.
 하여 제발 닮지 말아야 할 곳이 서울지역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 돌아가는 형편이 서울 따라잡기 같아 걱정이다. 특히 아파트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일부에선 똑같은 평수의 아파트 값이 서울보다 턱없이 낮다고 아우성이다. 큰일날 일이다. 서울 집 값을 떨어뜨려야 옳지 동네 집 값의 거품을 키워서야 될 일인가.
 서울이 저 모양인 건 주택정책 잘못도 크다. 적어도 집만큼은 무분별한 장사나 투기, 축재의 대상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하여 단체장들은 한사코 분양가를 높이려는 건설사들의 장삿속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고가의 아파트가 많아진다고 삶의 질이 높아질 리는 만무하니까.
 오히려 서울처럼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배가될 뿐이다. 생각 같아선 거주하지 않는 집을 한 채 이상 치부의 수단으로 가져선 안 되는 조례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혹 물정 모른다고 타박할지도 모르겠다. 교육, 문화, 일자리 등 숙제도 첩첩산중이다. 허나 `집 값이 싸다’는 건 분명한 경쟁력이다. 여기에 푸른 숲, 맑은 공기, 넉넉한 공간을 지켜낸다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복지시대의 대안이 되지 않겠나.
 hwpo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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