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사업에 실패하면 두 번 죽는 꼴입니다. 절대 그런 일이 없어야지요. 장애인들이 세심한 준비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게 저희들의 역할입니다.”
 박영근(56) 한국장애경제인협회 광주·전남지회장은 그래서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한국장애경제인협회는 지난해 7월 제정된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단체. 장애인창업보육센터운영과 자금·컨설팅 지원 등 장애인의 기업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맡게 된다.
 지난 9월 초대회장으로 박 회장을 선출한 광주·전남지회는 지난달 28일 출범식을 갖고 공식활동에 들어갔다.
 비장애인보다 지식·정보 접근이 어렵고 자금, 영업력 모두 현저히 부족한 것이 장애인들이 안고 있는 현실. 창업에 나서고 성공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장애경제인을 지원하는 법이 마련됐습니다. 그런데도 모르는 장애인들이 더 많아요. 법안의 내용을 알리고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바로 협회의 역할입니다.”
 막 발걸음을 뗀 만큼 우선 홍보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자치단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주요 역할.
 박 회장은 “자치단체의 자세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창업지원을 보장하는 법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임기는 3년. 짧은 시간이다. 그는 `장애인창업보육센터’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임기내에 완공하지 못하더라도 토대는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는 강한 의지다.
 “장애인들은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사업에 나섰다 한 번 무너지면 못 일어납니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교육이 전제돼야 해요.” 창업보육센터의 중요성이다. 그래서 이미 광주시에 5000평의 부지 지원을 요청해놨다. 내년까지 부지를 확보하고 3~5개년 계획을 세워 건물을 지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창업보육센터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병원·예식장·체육시설 등도 함께 들여놓겠다”고 밝혔다. 사업을 논의하고 교육도 받으면서, 운동하고 치료도 받는 종합시설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큰 사업입니다.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야지요. 제 임기동안 안되면 토대라도 놓아놔야 다음 회장·회원들이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협회의 여건은 어렵다. 정부 예산이 내년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 지원은 한 푼도 없다. 북구 오치동에 마련한 협회 사무실은 개인 것이다. 임대료는 십시일반해야 한다. 당분간은 모두가 자원봉사자인 셈이다.
 “스스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조직을 이끌어봤고 나름대로 봉사활동에도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명예는 절대 아니고, 작지만 제 경력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 회장에 나선 것입니다.”
 영광 출신인 박 회장은 광주에서 중·고·대를 마치며 40여 년을 살아왔다. 1984년 건설회사를 창업, 현재 광림토건(주) 회장이 본업이다. 회사를 창업한 그 해 당한 교통사고는 그에겐 청천벽력이었다.
 “5급 지체장애인이 되고 난 후 어려움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5급인데 2~3급 장애인들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노인과 장애인, 희귀병 아동을 돕는 `녹색복지회’를 이끄는 등 사회봉사활동을 빼놓지 않는 것도 그가 치러낸 삶의 과정과 무관치 않다.
 광주와 전남 35만 장애인 중 사업을 하는 장애인은 2000~3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협회는 내년에 정확한 실태조사에 나서 제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초대 회장으로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체의 성장속도가 달라집니다. 회사 일은 임원들에게 맡기고 임기 3년 동안 협회에만 전념할 겁니다.”
 그는 일에 대한 다짐을 “절대 실망 안 주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글=장용성 기자 yong@gjdream.com
사진=김태성 기자 hancut@gjdream.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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