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주 안주로 홍어찜 발라 먹는 재미

크든 작든 산행은 겨울산이 좋다.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적당히 잎 떨구고 시야가 트이고 낙엽 바스락거리는 것도 좋다.
남구 쪽에는 옥녀봉이라는 자그만한 산이 있다. 금당산이라고도 하는데 초보자라도 두세 번 나누면 오를 수 있다. 산이 오꼼해도 다소곳해서 옥녀봉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맑은 날은 무등산이 손에 잡힐 듯 하고 북으로는 추월산·병풍산, 남으로는 영암 월출산이 구름위에 둥실 떠 있다. 무등산 다음 높은 산이라니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담양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극락강을 이루고 장암다리 지나 큰 줄기 되어 나가고….
옥녀봉 그 예스러운 이름 아래 고층 아파트 짓고 사는 사람들에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전망뿐 아니라 깔끄막진 산 오르내리면서 다리심 짱짱할 것 아닌가.
이곳 토박이라는 ‘진월골 동동주집’ 정판동(50)씨는 수더분한 인상에 구암, 노대, 신기 등등 재미나는 예전 마을이름들 쪽 끼는데 기차도 다니고 국도 1호선이라며 옥녀봉과 제석산 사이에 큰 솔밭이 있었다며 기억을 더듬는다.
기차가 남광주역을 떠나 효천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철길 뜯긴 지 얼마 되지 않았소.” 바로 코 앞이 철길이었다며 그의 옛 얘기 듣고 있자니 “꿔억 달각 달각” 기차 지나는 소리 들리는 듯 하다.
지금은 아파트가 군집되고 상가들이 들어차 가고 북적거리는 도시 동네가 다 되었지만 아직도 기차길 뜯긴 자욱은 헐렁한 여유 공간이 되어 있다. 덤이 된 공간, 공원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니 예전처럼 숲정이가 되어 돌아올지 어쩔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너무 많은 장치 않았으면 좋겠다. 도시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복잡하지 않은가? 더러는 독특한 조형물이 주변 환경을 바꾸기도 하지만 우리주변에는 걸리적거리는 구조물이 너무 많다. 쉼터가 된다니 기대들 하는 눈치다.
주방은 여느 술집과 다름없이 주방과 홀로 나눠지고 탁자 몇 자리 큼직한 방과 골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손님들로 여기저기 앉은뱅이 상 놓고 앉으면 밑자리 긴 손님이라도 타박하는 법 없다.
홀에 손님들 산행 끝에 들렀는지 술집에선 목청 큰 사람이 임자, 70줄은 돼 보이는 양반들이 힘들도 좋다. 이럴 때는 다른 쪽도 소리 높일 수밖에. 술집은 후끈 달아오르고 동동주집이라고는 하지만 막걸리에 홍어찜 특별해서 홍어살 발라 미나리에 곁들이는 안주를 추천할만하고 고사리 무침, 톳무침, 조개 미역국이 입맛을 깔끔하게 돋운다
진월동 씨티병원 도로 건너편 하늘연가 아파트 아래쪽. 전화 651-3396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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