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올해 두 차례 해외 등반을 떠났고, 등반 준비를 위해 산악 훈련이 많은 탓이다. 지난 추석 무렵 시샤팡마 남벽(8027m) 등정 길에 오른 그와 약속했다. 시샤팡마 남벽 등정에 성공하고 돌아오면 꼭 만나기로.
 김홍빈(43·서구 풍암동). 그는 산(山) 사람이다. 산에서 행복도, 불행도 맞았다. 열 손가락이 없지만 맥킨리(6194m)를 비롯해 레닌피크(7134m), 가셔브룸Ⅱ(8035m) 등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릴 정도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그를 장애를 극복한 `초인’이라 부른다.
 그의 산악 인생은 24년 전으로 거슬러 돌아간다. 지난 83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산악부에 가입했다. 2학년 때 광주·전남 암벽대회 2위에 입상했다. 등반에 자신감을 쌓은 그는 90년 에베레스트(8848m)와 파키스탄 낭가파르밧(8125m)을 등반했다.





 91년 맥킨리 등반중 동상으로 손 잃어
 그리고 지난 91년 5월 북미 대륙의 최고봉인 맥킨리를 단독 등반하던 중 사고로 동상에 걸려 양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등반 당시 매킨리 날씨가 너무 좋았어요. 쉬지 않고 등반했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아 체력이 곧 바닥났고 정상을 코앞에 두고 탈진했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라고요. 그런데 손가락이 잘라져 있었습니다.” 3개월 동안 캐나다 병원에서 일곱 번 수술 후에야 지금과 같은 손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사고 이후 적응하기까지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다. 대소변은 물론 양말조차 신지 못하는 자신을 긍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장애 극복 97년부터 `제2 산악 인생’ 시작
 죽으려고도 했다. 방문을 잠그고 마음을 닫아 버린 생활을 1년 가까이 했다. 그런 그를 선배들이 산으로 데려갔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장애를 인정하고 극복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창피하고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화장실이나 문밖에도 나갈 수 없었죠. 사고당한 후 처음으로 혼자서 팬티를 입고, 양말을 신고, 문을 열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눈물을 쏟았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행복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내 옆에 있는 것이죠.”
 지난 97년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스(5633m) 정상에 오르며 `제2의 산악 인생’을 시작했다. 열 손가락이 없는 사람도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손 없이 산에 오른 지 올해로 10년째다.

 “5년내 7대륙 14좌 성공할 것”
 7대륙 최고봉을 오르는 게 그의 목표다. 유럽 엘브루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남미 아콩가구아(6962m), 북미 맥킨리 등은 이미 성공했고, 나머지 3개 대륙은 내년에 끝낼 생각이다. 아직은 경비부담 때문에 추진이 더디다.
 그가 처음 산을 배웠을 때 단지 알프스의 몽블랑이 꿈이었다. 그러나 손을 잃은 후 두 번씩이나 8000m에 오른 뒤 그의 꿈은 달라졌다. 14좌(8000m가 넘는 봉우리·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의 14개 봉우리를 말한다)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올해 가셔브룸Ⅱ(8053m), 시샤팡마 남벽(8027m)을 성공했다. 나머지 12개 봉우리만 남았다. 5년 안에 모두 이룰 생각이다.

 올 가셔브룸Ⅱ·시샤팡마 올라
 최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손가락을 분리하는 수술을 받았다. 캐나다 병원에서 손목을 자르지 않는 덕분이다. 수술해준 의사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등반이 없을 때는 초보자들에게 체계적인 산행 지식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가 지난해 11월 만든 동호회 `산내들’은 산을 좋아하고 산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아마추어 동호회다.
 내년 봄에는 이미 두 차례 실패한 적이 있는 에베레스트(8848m) 정상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또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 티베트 초오유(8201m), 호주대륙 최고봉 코지어스코(2228m),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 등을 오를 계획이다.
 “자기 앞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자기가 오르고 싶은 산 정상에 설 수 없습니다.” 신체적인 장애 속에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7대륙 최고봉과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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