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엄마는 돈 오십환을 주시며 창천동시장에 가서 시금치 한 단을 사오라고 하셨다. 시장에서 나는 삼십환인가 하는 시금치 한 단을 샀는데 채소가게 주인이 백환을 낸 줄 알고 칠십환을 거슬러 주었다.>
하루에 겨우 두 끼, 그것도 언제나 죽이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이는 한참을 걸어 쌍굴다리를 다 지나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 도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내일 아침꺼리 걱정을 하던 엄마가 머리에 떠올라 머뭇거리며 그 돈을 가지고 집으로 갑니다.
<“엄마, 나 시금치 공짜로 샀다, 그러니까 그 돈으로 쌀 한봉지 사!”>
아이가 내어 놓은 칠십환을 보고 엄마는 저녁 지을 생각도 않고 말없이 한참을 부엌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엄마가 울고 있다는 것을 그 아이는 알았지요.
시금치 장사에게 돈을 돌려 주기 위해 가던 그 길고 컴컴한 쌍굴다리. 이경림 시인이 ‘시금치 한단에 대한 추억’속에서 되짚어 보는 길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횡재 같은 칠십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내일 주릴 줄을 알면서도 ‘그 길고 컴컴한 쌍굴다리’를 되짚어 가는 마음들에 쨍하고 해 뜰 날 오려니 믿습니다. 남인희 기자 nam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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