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도 어려운 글자 ‘꺾꽂이’.
꺾꽂이 주의사항을 읽고 있으니 그게 무슨 가슴 아픈 시라고 눈물이 설핏 나는군요.
<가지는 옛 가지일수록 뿌리 발생률이 높다. 약 일주일간 서늘하고 약간의 습기가 있는 모래 속에 묻어둔다. 꺾꽂이용 모판은 바람이 적고, 양지바르며, 물주기 용이한 곳에 둔다. 꺾꽂이에 알맞은 흙은 병충해 피해가 없고 지렁이, 개미, 땅강아지가 없으며 보수력(保水力)과 배수력(排水力)이 좋은 흙이어야 한다. 거름기가 적은 흙은 뿌리가 어느 정도 발달한 다음에 거름을 준다….>
이 봄날 저 있는 곳을 떠나서 새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 생명들에 동병상련합니다. 허나 상처가 꽃을 피운다지 않더냐고. 그런 말씀들에 위로받는 이즈음입니다.
<상처가 뿌리를 내린다// 화단에 꺾꽂이를 한다/ 눈시울 적시는 아픔/ 이 악물고 견뎌내야/ 넉넉하게 세상 바라보는/ 수천개의 눈을 뜰 수 있다// 봄이 나를 꺾꽂이한다/ 그런 이유로 올봄엔/ 꽃을 피울 수 없다 하여도 내가/ 햇살을 간지러워하는 건/ 상처가 아물어가기 때문일까// 막무가내로 꺾이는 상처,/ 없는 사람은 꽃눈을 가질 수 없다// 상처가 꽃을 피운다.>(박성우, ‘봄, 가지를 꺾다’) 남인희 기자 nam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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