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세계 첫 등급제 실시
▶식육판매업소 강제 규정 없어
“1+ 삼겹살 주세요.”
정육점 대형마트 등 식육판매업소에서 육질에 따라 나눠진 돼지고기 구매가 곧바로 가능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쇠고기는 판매업소에서 축산물 가공처리법에 따라 육질 등급을 1++, 1+, 1~3 등 5개 등급별로 구분해 판매해야 하지만 돼지고기의 경우 육질등급제는 시행됐지만 등급에 대한 고시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이번 주 중 돼지고기 육질등급판정과 관련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물론 돼지고기도 이달부터 도축단계에서 축산물 등급판정소에 의해 육질에 대한 등급이 매겨져 이를 유통하는 도소매업자의 경우 쇠고기처럼 육질등급을 곧바로 알 수 있다.
따라서 판매업소에서도 고시 개정 이전에라도 업소에 따라 돼지고기의 육질등급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부위 등급 공개 미지수
쇠고기는 현재 식육판매업소에서 안심, 등심, 채끝, 양지, 갈비 등 5개 부위에 대해서만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나머지 부위에 대한 등급 공개는 업소 자율에 맡기고 있다.
돼지고기 역시 이럴 가능성이 높다. 농림부가 삼결살, 목살 등 일부 인기 부위에 대해서만 등급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업소에서 육질등급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관련 법규가 올해 안에 만들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농림부 관계자는 전망했다.
농림부 축산물 위생과 한 관계자는 “돼지고기 등급제는 육질에 대한 판정을 강화해서 차별화된 육질등급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삼겹살 목살 등에 대한 등급 공개 의무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입법예고, 공청회 등을 거치려면 올해 안 시행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산물등급판정소 관계자는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양돈농가를 위해서는 판매시설에서의 육질 등급 공개의무화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점 의무시행 논의조차 안돼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식당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육안, 맛으로 육질을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우전문점 등 간판만 보고 ‘좋은 고기를 사용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300㎡ 이상 업소에 대해서는 ‘음식점 식육 원산지 표시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육질 등급에 대해선 소비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고기에 대해 더 알고 먹고 싶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많고 규제완화라는 큰 틀 때문에 음식점에서 ‘육질 공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부처와 양돈농가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국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돼지고기 육질등급제.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양돈농가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중재 기자 being@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