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 수북 성암청소년 수련관 입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붉은 단풍들이 가버린 가을의 여운을 부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첨단지구나 일곡지구에서 출발해 대전면을 지나 수북면 수북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병풍산 이정표를 따라 길을 잡으면 되는 가깝고도 한적한 곳. 담양군 수북면 병풍산 자락에 자리한 성암청소년 수련원입니다.

 이곳에 마실 다녀올 때는 입으로 “얼씨구!” “좋다!” “그렇지!”를 흥얼거리면서 한손으론 중머리 장단을 따라해 보면 좋습니다. 수련원 입구에 있는 국창 이날치(國唱 李捺致) 선생의 기념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담양이라 가는 길이 메타세쿼이어가 많습니다. 승용차보다는 시내버스 180번을 이용하시면 여행의 재미가 더 합니다. 수련원 입구까지 길 양편에 회화나무, 벽오동, 목련,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버즘나무, 튜립나무, 벚나무, 히말리아시다, 삼나무, 편백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라고 있어 짧은 거리이지만 다양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입구 중간쯤에 자리한 저수지에는 겨울철새들이 자리하고 있어 쌍안경을 준비하면 철새들을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기념비 주변의 숲속에서 들려오는 직박구리, 어치, 물까치, 박새들의 새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이날치 명창이 지금 새타령을 하시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듭니다.

 국창 이날치의 자는 경숙(敬淑)이고 1820년 출생하여 1892년에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담양군 수북면에서 생장하다가 만년에 장성에 이거하여 살았습니다. 날치는 예명인데 칼날 같은 성품 때문에 지어진 것이라고도 하고, 줄타기를 날렵하게 잘 타서 날치(捺致)란 별명을 가졌다고 합니다.

 당대 동편제 소리꾼인 박만순의 수행고수가 되어 온갖 고생을 다하다 그만두고 증심사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득음을 하게 되어 서편제 소리를 창시했다는 박유전의 문하에 들어가 그의 지도 아래 서편소리를 절차탁마한 결과 조선후기 판소리 8명창 중에서 서편 소리를 대표하는 소리꾼이 되었습니다.

 그는 판소리에 두루 능통하였지만 특히 춘향가와 심청가에 뛰어났고 박유전 선생에게 이어받은 `새타령’은 당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춘향가에 어사또와 춘향이가 옥중상봉 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날치 명창이 광주 누문동에서 이 대목을 부르면 화순까지 들렸다고 합니다. 또 적벽가 중에 `새타령’이 있습니다. 조조가 100만 대군을 다 잃고, 그 죽은 군사의 원혼들이 새가 되어 조조를 원망하는 대목이죠. 이날치 선생이 이 새타령을 노래하면서 온갖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내면 뻐꾸기, 쑥국새가 날아들었다고 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명고수 김명환 선생은 생전에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을 하였습니다. 소리꾼이 소리를 잘하고 못하고는 고수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리의 길을 인도하는 고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말이지요.

 국창 이날치 선생의 기념비와 성암청소년 수련원의 자연을 둘러보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광주를 예술의 도시라고 부릅니다. 광주 송정공원에는 `쑥대머리’의 국창 임방울 선생의 기념비가, 광산 동곡에는 `제비노정기’의 국창 김창환의 기념비가, 가사문학관에는 `열사가’의 명창 박동실 선생의 기념비가 있습니다. 이분들의 기념비를 찾아보고 소리를 들어보는 문화프로그램을 상설화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귀명창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새소리에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우면서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수련원의 나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운동장 주변에서 우울증에 치료에 효과가 있는 색깔 고운 잎을 메달고 있는 미국풍나무 낙엽과 열매도 주워보고 밤같이 생긴 칠엽수 열매도 주워보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김세진 <생명숲학교회원·

 영상강유역환경청 환경홍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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