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산림환경연구소

▲ 나주 산림환경연구소 앞 광장. 나무들을 동물모양으로 다듬었다.

나무들이 내뿜는 기운에 의해 사람들의 기운도 달라집니다. 요즘 나무들은 결혼식을 위해 온갖 화려한 꽃들을 피워냅니다. 결혼식에 필요한 중매쟁이인 벌과 나비, 새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이 결혼식에 초대받아 축하객으로 참여하다 보면 자신도 몰라볼 정도로 기분이 좋아져 있습니다.

나무에서 연꽃이 피는 목련, 열매로 사람들을 살린다는 살구나무, 조선왕조의 상징꽃인 자두나무,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선녀가 옷을 벗는 모습처럼 보인다는 벚나무… 이처럼 보여줄 게 많아서 봄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답사여행의 즐거움을 강조했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 서문에 조선후기 문인인 유한준이 당대의 수장가인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에 부친 발문 중 일부인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답사여행의 즐거움을 위해서 먼저 목적지에 대한 사전 공부를 이르는 말입니다. 모를 때 보는 모습과 알고서 보는 내용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아는 만큼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들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나주시 산포면에 위치한 ‘전라남도 산림환경연구소’를 찾아갑니다.

호남대학교 쌍촌동 캠퍼스에서 이곳으로 1970년 초에 이전을 했기에 연구소 내 곳곳에는 다양한 수종들이 자라고 있고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의 운치가 일품이기에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입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번잡함에 시달려야 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아직은 한산한 편이기에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이 가로수 끝 길에 노산 이은상님의 시 ‘나무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꺽으면 눈물 흘리죠// 꽃피고 잎퍼져 향기 풍기고/ 가지 줄기 뻗어서 그늘 지우면/ 온갖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들도 찾아와 쉬며 놀지요// 찬서리 눈보라 휘몰아쳐도/ 무서운 고난 모두 이기고/ 나이테 두르며 크고 자라나/ 집집이 기둥들보 되어 주지요// 나무는 사람마음 알아주는데/ 사람은 나무마음 왜 몰라주오/ 나무와 사람들 서로 도우면/ 금수강산 좋은 나라 빛날 것이오’

이 연구소 뒤편에 자리한 식산에는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경관을 갖춘 산책로, 어린이놀이시설, 체력단련시설, 정자,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삼림욕장이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산사람들의 기운이 모여 있는 산은 일상의 생활에 지친 우리들을 치유해주기에 자주자주 찾아야 합니다.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타는 것입니다. 산은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타고 넘어야 된다는 말이지요.

요즘은 나무심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나무의 양은 한 아름되는 크기로 20그루라고 합니다. 20그루는 있어야 한 개인이 내뱉는 나쁜 기운을 정화하고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준다고 합니다. 숲이 좋은 곳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나무는 우리들의 기운을 재생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들의 평균수명을 70평생으로 봤을 때 약 750그루의 나무를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자신이 사용해서 없애버린 750그루는 심어줘야 후손들이 최소한 지금의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산림환경연구소 바로 옆 마을은 풍산 홍씨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사대부의 가옥이 많이 남아 있는 전형적인 한옥마을로 종가인 홍기응 가옥(1892년, 중요민속자료 151호), 홍기헌 가옥(중요민속자료 165호), 홍기창 가옥(1918년, 전남민속자료 9호), 홍기종 가옥(19세기말, 전남민속자료 10호)이 남아있고 사립학교인 영호정과 양벽정 등이 남아있어 우리문화의 전통을 공부하고자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마을 뒤쪽에 있는 주산인 식산(食山)은 조선 군사가 사흘 동안 먹을 식량이 있는 산이라고 합니다. 산림환경연구소 앞길은 지금 길 양쪽으로 벚꽃이 한창인 나주호와 불회사, 운주사 가는 길입니다.

김세진<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홍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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