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쪽빛을 들이다

▲ 나주는 영산강변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때문에 쪽 재배지로 적당해 쪽 염색이 발전했다.

 쪽색을 일러 흔히 남색 또는 감색이라 한다. 전통 쪽염색에 의한 쪽색은 하늘의 색을 나타낸다. 쪽은 오행에서 동쪽을 나타내는 색으로 흰 옷을 즐겨 입던 우리 조상들에게 항상 권장되었던 색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천연염색 문화관인 ‘나주 천연염색관’을 찾아 푸르디 푸른 쪽빛에 마음을 염색해 보자.

 나주시는 지난 2005년 폐교부지를 매입해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의 천연염색 문화관을 개관했다. 천연염색과 관련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문화관 내부는 상설전시장과 자료관을 비롯, 판매장과 체험장, 교육 연구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천연염색관에서는 천연염색 패션쇼, 천연염색 상품박람회, 천연염색 재료와 교구전시 판매전 등이 상시적으로 열린다. 때문에 타 지역인들과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

 나주는 예부터 천연염색 대표 지역이다. 과거 영산강변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쪽 재배지로 적합해 쪽염색이 발달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샛골나이’가 났던 마을이 있고, 무형문화재(천연염색장) 2명을 배출하는 등 천연염색의 선도지역이다. 

 과거 나주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쪽염색을 해 왔지만 화학염료가 성행하면서 사라지고 지금은 다시면 샛골과 문평면 명하마을에서 그 맥을 잇고 있다. 

 쪽염색은 천연염색법 중 가장 어렵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옛날 처녀들은 시집갈 때 쪽물들인 이불을 해가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부자들이 소장할 수 있는 고급품이었다.

 쪽 염색은 쪽과 석회, 잿물을 이용해 발효과정을 거치는 등 제작 방법이 매우 복잡하다. 우선 쪽 염색을 위해서는 쪽풀을 재배해야 한다. 쪽풀은 줄기에는 색소가 없고 잎에만 색소를 함유하고 있다. 습기를 좋아하며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잎에는 방충, 방부, 지혈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쪽물을 들인 천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좀이 슬거나 삭는 일이 없다. 때문에 쪽염색을 하면 물들이기 전의 천 자체의 수명보다 훨씬 질겨진다.

 쪽풀은 3월초 모판에 종자를 파종해 20cm정도로 자라면 본밭에 이식한다. 7월 60~70cm크기로 자로 꽃이 피기 직전에 수확한다. 색소를 추출하기 위해서 여름철 쪽품을 베어 항아리에 넣고 물에 잠기도록 한다. 이틀이 지난 후 쪽대를 건져내고 소석회로 색소를 추출한다. 이어 소석회, 잿물을 만든다. 소석회는 굴 껍질을 가마에서 1000도씨 이상으로 구워 항아리에 보관하면 소석회가 된다. 잿물은 콩대, 쪽대 등을 태워 재를 시루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잿물을 내리면 된다. 쪽 침전물을 만들기 위해 쪽 색소 물에 소석회를 넣고 당그래로 저으면 남색 꽃 거품이 일고 색소는 침전된다. 윗물을 버리면 쪽 침전물만 남는다. 잿물과 쪽 침전물을 10:2 비율로 풀어서 항아리에 넣고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면 연한 녹색의 물발이 형성된 쪽 염료 꽃물이 된다. 이제 쪽물을 떠서 천을 담그면 염색이 된다. 여러번 담글수록 색은 더 진해진다. 쪽은 물들이는 횟수에 따라 연한 옥색에서부터 진한 감색까지 색이 다양하다. 그중 보라색이 약간 섞인 남색을 가장 아름다운 쪽빛으로 친다. 말리면 염색 작업은 마무리된다.

 요즘은 천연염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아이들과 함께 오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곳에는 체험한 염색천으로 방석이나 쿠션 등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염색관까지 걸어가는 길이 멋있으니 유유히 흘러가는 강변을 따라 고요한 시골정취를 즐기며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찾아보자. 

  김세진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홍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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