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길 산책만 해도 좋고
전시장 들어서면 더 좋고

▲ 한때 `지방청와대’였던 상록전시관이 공원과 함께 새로운 시민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울창한 숲, 잘 가꿔진 산책로, 끊이지 않는 새 소리, 그리고 따뜻한 햇볕.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들이다. 옛 전남도지사 공관을 리모델링해 지난 9월 개관, 공원과 전시공간의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록전시관의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공원과 전시관의 조화

규모로는 중외공원의 시립미술관 본관보다 작고, 금남로 분관보다는 크다. 분위기도 기존 두 공간과 사뭇 다르다. 툭트인 언덕에 홀로선 시립미술관 본관보다는 아늑하고, 낡은 건물 속에 비좁게 위치한 금남로분관보다는 여유롭다.

특히 정남향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겨울이면 널찍한 잔디 마당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그만이다. 낙엽과 함께 한가로이 공원을 거닐다가,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는데도 부담 없다.

상록전시관은 1만8128㎡의 부지에, 전체 건축면적 1861㎡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본관동과 부속동으로 이뤄졌다. 옛 도지사공관을 최대한 원형대로 보전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했다.

본관동 지상 1, 2층에는 각각 옛 건물 당시 중앙홀과 방으로 쓰였던 공간을 개조해 6개의 전시실로 꾸몄다. 2층 야외 데크를 상황에 따라 야외전시실로도 쓰이니, 전시공간은 모두 7개인 셈이다. 남녀 화장실에 베이비시트까지 설치돼,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까지 최대한 배려해 설계됐다.

1층 한켠에는 들어선 ‘미술관 카페테리아’라는 찻집은 이곳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지방청와대에 공원으로

상록전시관 1층 로비로 들어가 천장을 올려다보면, 길쭉한 검정색 돌판이 하나 붙어 있다.

한자로 “서기 1981년 8월26일”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건물 상량식을 한 날짜다. 공식기록으로는 이듬해 3월 전남도지사공관으로 준공됐다. 군부독재시절 세금으로 지은 이 건물은, 전두환·노태우 씨가 이 지역에 내려올 때 묵고 가면서 ‘지방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도지사 공관 역시 용도를 다했다.

한 때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매입해 아파트를 지으려 했다가, 사업성도 낮고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발까지 더해져 포기한 바 있다.

2004년 광주시가 다시 사들였고, 시는 용도를 고민하다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9월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한 때 도립국악단 연습장으로 사용된 적도 있어, 광주지역 공연예술계에선 ‘미술관련 시설은 많으니 공연관련 공간으로 내달라’는 요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시립미술관의 다목적 전시관으로 활용됨으로써,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문화교육의 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1전시실 천장에 설치된 손봉채 작 `무제’.



▶미술관 너머 전시관

상록전시관은 시립미술관 분관이지만, ‘미술관’이 아닌 ‘전시관’이다. 이유가 있다.

상록전시관 박관재(35) 씨는 “상록전시관이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상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관기념전 ‘꼴라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꼴라쥬는 ‘붙인다’는 의미의 현대회화 기법 중 하나인데, 사실 회화 뿐만아니라 미술·사진·디자인·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의미로 확대돼 있다.

상록전시관의 개관전이 ‘꼴라쥬’가 된 건 우선, 현대사회의 특징인 다원주의, 다문화 등 우리 시대에 직면한 ‘혼성’이라는 화두를 이번 전시를 통해 재인식해보자는 취지다.

또한 ‘혼성’은 앞으로 상록전시관이 지향하는 전시 성격도 함축하고 있다. 이번 개관전시는 섬유, 사진, 서예, 디자인, 영상, 설치, 분재, 수석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진다. 참여작가는 이이남(영상/광주) 손봉채(설치/광주) 오상조(사진/광주) 조덕현(설치/서울) 이상필(섬유/광주) 심영철(설치/서울) 허회태(서예/서울거주) 등 7명이 70여 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이밖에 분재와 수석 등 30점도 전시중이다. 이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현대적 시각예술의 장르를 아우름으로써, 상록전시관의 현대적(포스트모던적) 성격과 운영방침을 이번 전시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 상록전시관 1층 한켠의 카페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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