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9) 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키우다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 00시 0000센터에 발령을 받았다. B(53) 씨는 A 씨가 발령받은 부서의 과장이었다. B 씨는 신규발령을 받은 A 씨가 한 달도 되지 않은 어느 날, 한 식당에서 A 씨를 껴안으려 하고 ‘5급 공무원인 나와 애인 하자’고 하였으며, 두 달이 지난 뒤에는 어느 식당에서 A 씨의 가슴을 만지고, 모텔로 불러내는 등 5개월 동안 수차례의 성적 언동을 함으로써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주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 씨는 A 씨가 주장하는 성적 언동이 직장 내 상하 관계가 아닌 남녀간의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며 더욱이 A 씨가 주장하는 행위의 정도를 넘어 성관계까지 가졌고, 그러한 행위는 A 씨의 유혹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참고인 진술, 성폭력상담소 상담기록, 정신과 진료기록과 B 씨가 A 씨에게 성희롱이 문제가 된 시점에 사과하며 위로금으로 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사실을 확인하여 B 씨의 주장은 거짓이며, A 씨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A 씨와 B 씨가 모텔에 간 것은 확인했지만, B 씨의 주장처럼 A 씨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B 씨의 주장처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 과장이라는 직속상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요구에 A 씨가 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A 씨는 6개월의 시보생활을 거친 후에야 정식으로 임용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던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 직속상관인 B 씨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규 임용된 A 씨에게 애인하자는 제안, 음식점에서의 성적 추행, 모텔에 데리고 간 행위 등은 합리적인 여성이라면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기 충분한 것으로 인권위는 판단했다. 그리고 과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성적 관계를 맺을 것을 요구하고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성적 언동 등으로 A 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의 고통을 준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 00시장에게 B 씨를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참고로 미국의 판례를 보면 은행에 입사한 미첼 빈슨에게 부은행장인 시드니 테일러가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성관계를 갖자고 요구하여 처음 몇 차례 거부했으나,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결국 40여 차례 성관계를 갖게 된 것에 대해, 1977년 미국 항소법원에서는 ‘빈슨의 행위가 외견상으로는 동의에 의한 자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가 동의하도록 테일러가 강제한 것이므로 이를 자발적 성관계로 볼 수 없다’며 이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나 다수의 성이 소수의 성에게 갖게 되는 성적 편견과 차별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성희롱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을 이용한 강요된 동의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까지 채우는데 정당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생활속에 나타나는 각종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강요된 동의를 이유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인권침해·차별·성희롱 상담전화 1331.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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