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35·남)는 B대학병원 의학장비를 다루는 업무를 수행했던 임상병리사였다. 계약서상 단시간근로자로 시급단위의 임금을 수령하는 신분이었으나 4년 8개월 동안 상근하며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C 대학병원에 정규직 근로자로 입사했고, C 대학병원에서는 B 대학병원에서의 경력을 호봉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호봉은 근로자의 평생수입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그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어떠한 경력을 호봉획정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합리적 기준이란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마련될 수도 있고, 정책적 판단에 의해 특별한 집단을 우대할 수도 있는 등 기업 내부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차별사유에 해당하는 이유로 특정집단에 불리한 호봉 획정 기준을 정했다면 이에 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C 병원은 일률적으로 정규직으로 근무한 경력 80%를 호봉에 반영해 주고, 비정규직 경력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호봉을 획정함에 있어 근로자의 과거 경력에 대한 내용 분석 없이 단지 과거의 고용형태(정규직, 비정규직)라는 형식적인 요소에 의해 호봉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합리적인 기준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 경력을 호봉획정 시 반영하지 않은 것은 비정규직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그래서 A 씨에 대한 호봉획정을 다시 할 것과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인권위는 권고했다.

 통계청의 ‘2009년 7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약 1660만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720만명 가량이었다. 실질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를 고려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위의 사례 외에 똑같은 일을 하지만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을 수강할 수 없었던 사례도 있다. 현재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채용, 승진, 교육훈련, 임금 등 각 분야에서 차별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학자는 “차별은 인간들 사이의 다름(차이)을 서열화하고, 위계화 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서열화·위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분이 지배하는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권침해·차별·성희롱 상담전화 1331.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