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일어서고, 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또 수없이 다시 일어섰다. 노동운동 20년. 안 해 본 것 없고, 안 겪어 본 것 없다. 형형한 눈빛이 지난 20년 세월을 말해준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는 정찬호 씨. 지역 노동운동사의 굵직굵직한 순간들이 그의 경험과 기억 속에 들어있다. 자신의 권리를 이제 한번 찾아보겠다고 일어선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났고, 그들이 어떻게 좌절하는지도 보았으며, 또 다시 일어서는지도 보았다. 자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뚜렷이 보았다.

 “노동운동은 주·객관적 상황과 맞아떨어져 노동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성장해 상승하거나 자신감이 얇아져 가면서 하강하거나…지난 20년 동안 상승과 하강이 펼쳐져왔다. 90년대 초반 해도 상승하던 시기였다. 그 때 비하면 지금 상황은 매우 어렵다. 노동운동이 관성화 돼 있고, 노조 간부들의 노동자의식 또한 엷어졌다. 그래서 노동운동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았다.”

 사실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건강도 나빠졌다. 지치지는 않았을까.

 ”힘들고 어려운 것도 물론 있다. 하지만 자기 신념과 철학을 실현시키는 성취감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는 믿는다. 그 믿음이 지난 20년 그를 지탱했고, 지금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노동자운동은 소수가 아닌 다수가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모순을 안고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모순에 분노하는 시기가 반드시 올 수 밖에 없다. 그 시기가 왔을 때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게 우리 일이다.”

 때는 올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문제는 우리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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