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기금·기부로 ‘시민적 소유’ 필수
내셔널트러스트 등 ‘대표수탁단체’ 만들어야

▲ 한새봉 개구리논은 지역 주민들이 `한새봉 논두레’를 만들어 친환경 공동 경작을 통해 사라졌던 생명력을 되살렸다. 지난해 가을 추수를 끝내고 즐거워하는 회원들 모습.

 광주 북구의 `한새봉 개구리논’은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 됐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이나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해 영구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이다. 한국에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시작된 건 지난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출범과 함께 확산되기 시작했다. 내셔널트르스트 운동의 적용을 통해 `한새봉 개구리논’이 미래세대를 위해 영구히 보전되는 `시민유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한새봉 개구리논’을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지역 트러스트운동을 통해 시민유산으로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2012년 완공될 북부순환도로의 건설로 말미암아 산림훼손과 생태이동로의 단절이 우려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새봉 개구리논을 직접적으로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도 한 이유였다.

 또 ‘논’이 가지고 있는 보존가치의 측면도 중요한 판단요소였다. 논 역시 ‘습지’로서 생태적 가치와 생물의 종다양성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해 보전하고 있는 멸종위기식물 매화마름의 서식지가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것만 봐도 논습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논의 환경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반해 경제성은 떨어지고 있다. 경작면적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절대농지에 대한 매립과 용도변경을 통해 재테크의 수단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새봉 개구리논은 그런 의미에서 논습지의 환경적 가치가 폄훼되고 논이 가지고 있는 기능조차 폐기되고 있는 시대상황을 고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한새봉 개구리논이 ‘잘 가꾼 자연문화 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지역 NGO단체와 주민들이 ‘한새봉 논두레’를 만들어 공동 경작한 것은 지역 시민운동의 발전적이고 모범적 사례였다. 특히 농촌의 지역공동체가 급속히 붕괴하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인구의 유입과 유출이 활발한 도심에서 특정 자연환경을 매개로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한새봉 개구리논이다.

 

 두레 통한 공동경작…모범적 사례

 한새봉 개구리논은 지역주민들이 한새봉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한새봉 자락의 논습지가 품고 있는 생물들 중 하나인 개구리를 대표로 내세워 경작하고 있는 친환경 논이다. 한새봉 주변의 논습지는 원래 농약 사용 등으로 생물들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없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한새봉 논습지의 모습도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한새봉 주변에 살고 있는 이들 역시 개구리논 경작에 참여하면서 논습지의 의미도 스스로 알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한새봉 논습지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접하고 벼농사 체험을 함께 하며 그 안에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자연농림생태체험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009년부터 ‘한새봉 논두레’라는 조직을 만들어 공동으로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무농약 농사를 지으면서, 한새봉 논습지는 점차 생명력을 찾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도룡뇽이 생겨나고, 다른 수생물의 개체수도 늘어갔다. 지난 4월에는 원앙 두 쌍이 개구리논에 출현하는 등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났다.

 이렇듯 한새봉 개구리논은 도심 속 생태교육장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자연유산이 됐다. 뿐 만 아니라 전통적 농경문화를 체험하고 우리 조상들의 경작활동이 인간과 자연에게 얼마나 이로운 활동이었음을 깨닫는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협력,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상생을 모색하는 공간으로서 한새봉 개구리논이 영구적으로 보전돼야 할 이유다.

 

 영구보전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국장은 “지역민들에게 시민적 소유의 권한을 위임받은 ‘제3의 단체’ 선정과 여건에 맞는 취득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한새봉 개구리논의 활용과 보전관리는 지역의 몫이기는 하다. 다만 한새봉 개구리논이 미래세대까지 온존히 보존될 수 있는 시민유산이 되기 위한 제도적 차원의 개선책으로 내놓은 제안이다.

 김 국장은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취지에 입각해 시민유산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보존하는 대상(신탁대상)을 ‘시민적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시민적 소유는 시민적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나 특정 개인이 아닌 제3의 단체가 보존하고자 하는 대상의 소유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권한을 위임받은 기구나 단체는 ‘수탁자’가 되는데,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창립한 목적 역시 시민적 소유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수탁단체’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국장은 “꼭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아니라 지역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제3의 기구’를 발족하거나 기존의 참여 단체를 수탁단체로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보존대상인 한새봉 개구리논이 농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탁단체는 적어도 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구보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한새봉 개구리논을 시민모금이나 기증을 통해 매입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사안이다”면서 “기증이 어려운 상태에서 시민모금을 통해 매입하게 된다면 기존 내셔널트러스트 단체와 연대·협력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한새봉 개구리논이 자치단체 및 중앙정부의 개발로부터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국민신탁법)’ 개정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행 국민신탁법에서는 정부가 인정한 관변단체 성격의 ‘자연환경국민신탁법인’과 ‘문화유산국민신탁법인’이 획단한 자산에 대해서 제한적인 법적 보호를 받도록 명시돼 있다. 물론 법적 보호 역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대상지역이 ‘사전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를 취득하게 되면 아무런 제약없이 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돼 있다.

 김 국장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영원한 보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조그마한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연대하고 단결해 사회적인 성과물로 정착된다면, 내셔널트러스트를 통한 영원한 보전은 결고 요원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사진= 광주전남녹색연합 제공











 ▲광주 북구 일곡동 한새봉 자락 개구리논에서 농사 지으며 공동체의 가능성을 본 일곡동 주민들. 지난해 손모내기 하는 모습.










 ▲한새봉 개구리논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한 `잘 가꾼 자연유산·문화유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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