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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이만난사람]국강현 광주전투비행장이전대책위 공동대표
“전투기 소음, 더는 이렇게 못산다”
채정희 good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1-03-16

 오늘도 어김없이 전투기가 떴다. 옆 사람과의 대화는 자동 스톱. 전화기 너머 상대방 목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통화도 무용지물이다. 아파트 구내방송은 뭔 내용인지 모르겠고…. 잠자는 아이가 놀라 깨 소스라치게 울어댄다. 이쯤 되면 한꺼번에 밀려오는 건 울분이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광주공항 인근 지역 주민이 날마다 쏟아내는 한숨이다. 민항기는 그래도 양반. 전투기는 그야말로 굉음이다. 하루에도 수십번,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광주에 자리 잡은 1964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광산구 주민 절반이 소음지역 거주

 이렇게 피해를 보는 주민은 얼마나 될까? 공항이 자리잡고 있는 광산구에서만 12만~15만 명선으로 추산된다. 서구 역시 상무지구를 중심으로 소음 천국이다. 10만 명 정도가 소음권에 속해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민항기 피해 보상 기준으로 삼는 소음도 75웨클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규모다. 정도가 심각한 광산구의 경우, 전체 주민(31만 명)의 절반가량이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운남, 신가, 신창, 우산, 월곡, 신흥, 송정1·2, 도산, 동곡, 첨단 일부 등 거의 모든 동이 전투기 소음권이다. 이 권역에서 빠지는 지역은 수완, 임곡, 비아동 등 일부 뿐이다.

 실정이 이러하니 주민들 요구는 명확하다. “도심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전투비행장의 즉각적인 이전”이다. 이를 위해 싸우는 조직이 ‘광주전투비행장이전대책위원회’. 국강현 광산구의원(부의장)은 이 단체의 공동대표다.

 광산(평동)에서 나고 자랐고, 줄곧 ‘광주공항소음피해소송광산구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그가 마땅히 감당할 짐이기도 하다.

 “1960년대, 광주에 전투비행장이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 일대 거주민이 많지 않아 소음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90년대 중반 상무대가 이전하고 일대에 도심이 형성되면서 집단 주거지역이 된 겁니다. 주민이 전투기 소음에 직접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죠.”

 당시만 해도 국방은 무서운 명분이었기에 누구도 ‘시끄럽다’고 따지거나 비행장 이전을 거론할 수 없었다.

 1966년 평동에서 태어나 줄곧 광산에서만 살아온 국 위원장도 전투기 소음을 투쟁 대상으로 삼은 건 10년도 되지 않는다.

 “2004년에 광주공항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됐어요. 이를 막기 위해 ‘광주공항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 폐쇄 공대위’가 구성돼 투쟁했는데요. 제가 이 단체에 참여하면서 광주공항 인근에 진을 치고 살게 된 겁니다.”

 국 위원장은 그때 실감 나게 경험했다. 광주공항 전투기 소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위협보다, 우선 시끄러워서 못살겠더라구요.” 패트리어트 반대 투쟁과 함께 전투비행장 소음피해 소송이 진행됐다.

 다행히 투쟁이 헛되지 않아 2006년 10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철수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투기 소음 피해 보상이 됐다.

 “청주 등 다른 지역에선 이미 이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광주는 조금 늦은 편이었죠.”

 

 도심·농촌 배상 이중잣대 형평성 어긋나

 소음 소송에 대한 주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음피해지역 주민의 70~80%가 소송 참가를 밝혀왔거든요.”

 하지만 소송은 수년을 질질 끌었고, 2009년 2월 서울중앙지법이 광주공항 소음 피해에 대한 국가 보상을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항공기 소음 영향도가 80웨클 이상인 주민에게 모두 215억6000여만 원을 보상하라”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재판부의 기준은 이랬다. 소음도가 80~90웨클 지역 거주자에게는 월 3만 원, 90~95웨클 지역은 월 4만5000원, 95~100웨클은 월 6만 원, 100웨클 이상은 월 7만5000원을 차등 보상토록 한 것.

 그런데 이 기준도 유동적이어서, 전국에서 잇따른 소음피해 소송을 최종 판결하는 대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기준이 피해지역 주민에게 불리한 것이어서, 국 위원장의 심사가 편치 않다.

 “광역시 등 도심권에 있는 군공항은 소음 피해 보상 기준을 85웨클 이상으로 삼고, 농촌이나 소도시는 80웨클 이상으로 낮춰 잡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이라면 광역시인 광주도 85웨클 이상 지역만 보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 국 위원장은 “법원이 국가 재정을 고려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심권엔 인구가 밀집해 피해자가 많으니, 그 기준을 높여 피해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는 “이 같이 기준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국가 재정이 어렵다고해도, 피해는 똑같은 데 사는 곳 따라 보상기준이 다른 건 말이 안 된다”는 것. “돈이 많은 사람에게 얻어맞으면 배상을 많이 받고 반대면 적게 받으라는 건데,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 또 “소음피해 기준을 75웨클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간항공기와의 형평성에서도 어긋나 헌법적인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게 국 위원장의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최근 군소음특별법을 ‘꼼수’로 들고 나와 소음피해 지역 주민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국방부가 발의한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이달 임시국회에 상정된 것인데, 소음피해 기준을 민간항공기(75웨클)보다 크게 후퇴한 85웨클로 정한 게 법안의 뼈대다. 결국 군공항 주변 지역 주민이 크게 반발했고, 이에 따라 법안은 상임위인 국방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이번 회기 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어서 불안감이 여전하다. “국방부는 다음 달 공청회를 열어 이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거든요.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내용이 이전과 다르지 않다면 더 큰 반발에 직면할 겁니다.”

 

 광주시·전남도 곪은 상처 봉합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은 있다. ‘전투비행장 이전’이다.

 광주전투비행장의 경우, 국방부 역시 무안공항으로의 이전이라는 용역 결과를 도출한바 있다. 하지만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전제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합의가 이뤄지면’이 그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전투비행장 이전의 공은 광주시와 전남도로 넘어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하지만 양 시·도는 이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 적극적이지 않다. 민항기(광주공항 국내선)는 서로 탐내지만, 전투기는 서로 피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지난 10일 열린 광주·전남광역행정협의회에서 강운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만났지만, “전남도는 광주공항 국내선의 무안 이전을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만 부각되고 말았다.

 “당분간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 위원장은 “강 시장과 박 지사가 곪아있는 상처를 그냥 두고, 서구와 광산구 30만 주민의 전투비행장 소음 피해를 방치하겠다는 무책임하고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성토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전개되면서 국 위원장은 “(전투비행장 이전을 위해) 이젠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평화통일마라톤대회도 이 같은 구상 중 하나다.

 “전투비행장 입구에서 출발해 울타리 따라 한 바퀴를 달리면 딱 하프코스(21km)가 나온다”는 게 국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날 마라톤은 하프뿐만아니라, 5km·10km 등으로 다양한 코스가 마련된 만큼 참가자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날은 어찌 됐든 달리는 시민이 비행장을 포위하게 될 겁니다. 군사시설을 축소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염원이 담긴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죠.”

 글=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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