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기보다 제대로 먹어야”

 새로운 밥상차림운동

 “이곳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태도를 가르치고, 생활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곳입니다. 단순히 좋은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만하는 곳은 아니죠. 건강에서 시작된 것이 생산자에 대한 배려와 나중에는 환경까지 생각하게 되는 식생활 즉, ‘새로운 밥상차림운동’을 펼쳐나가는 곳입니다.” 아이쿱빛고을식생활교육센터의 설립목적이다. 이들의 꿈꾸는 활동목표이기도 하다.

 식생활교육센터는 지난 11일 발족식을 갖긴 했지만 이미 10여 년 전 광주에 아이쿱생협이 생기면서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생협활동을 하는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마을모임 등을 통해 함께 공부하면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

 안전한 친환경농산물과 먹을거리로 대안을 찾아가고자 △식품안전문제 △우리농업과 먹을거리주권문제 △환경호르몬 등의 주제로 공부하고 점차 △식품안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학교 앞 문방구 과자류 조사 등의 사회활동에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다.

 지난 2007년부터는 ‘안전한 먹을거리 스쿨존 만들기’ 활동을 통해 학부모 강사단을 발굴하고, 어린이 식품안전교육을 실시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센터의 이러한 활동은 최근 발족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바로 식생활센터가 주부들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의 노력과 재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학계나, 지자체, 기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 스스로의 출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서다. 더욱이 먹을거리에 대한 공동구매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활동들로 인해 많은 엄마들과 관련단체들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 교육에만 그쳐선 안 돼

 식생활교육센터에서는 지난해 ‘빛고을식품안전교육센터(준)’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한 식품안전 강사들과 식품위원회 활동가들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범적으로 식품안전교육을 해왔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 온 것. 식품첨가물에 대한 ‘패스트푸드의 진실’ ‘아이스크림의 비밀’부터 과도한 설탕 섭취를 경고하는 ‘무시무시한 설탕의 비밀’ ‘내 똥은 과연 건강할까?’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와 다양한 실험을 곁들인 강의들을 선보였다.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장향미 집행위원장은 “할 것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실제 교육에 나가보면 먹을거리에 대해 너무나 소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뿐 아니라 교육이 교육에서만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급식소를 돌아보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 급식에 설탕과 첨가물 덩어리인 딸기우유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급식소 관계자 말이 과거에는 흰 우유를 줬는데 아이들이 흰 우유는 맛이 없다며 버리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 입맛에 맞는 딸기우유로 대체했다는 것이에요. 아이들이 입맛에 따라 영양학적으로나 성분을 살피지 않고 고민 없이 딸기우유로 바꿔버린 것이죠.”

 “현재 우리 아이들의 급식소 식단은 칼로리와 열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영양적으로나 성분학적으로 따지지 않고 있어요. 결국 성장기 아이들이 매일 먹는 급식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어요.” 현 급식에 대한 안 팀장의 지적이다.

 때문에 이들은 식품안전교육이 소비자운동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되기를 바랐다.

 장 위원장은 “최근 여러 소비자운동 등으로 인해 식생활과 식품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이 부각되긴 하지만 여전히 현실이라는 한계에서 부딪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이들이 ‘유명브랜드 식품이니까 안전하겠지?’ ‘조금 비싼거니까 괜찮겠지?’ 이러한 생각들로 재료나 성분들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식품을 구입하고 있어요.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알면서도 대체식품이 없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품안전교육은 대중화 돼야 하고, 제도화 돼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

 

 아이들 입맛에 맞추지 말라

 교육에서만 끝나는 현실도 문제지만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고 있는 엄마들의 식생활 습관도 큰 잘못이다”고 안 팀장은 지적한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먼저 묻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바로 ‘맛있니?’ 에요. 이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맛만 가르쳐 주는 것 밖에 안 되는 질문이에요. 아이들의 입맛에서는 달짝지근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가장 맛있는 맛일 텐데 ‘맛있니?’라고 묻는 것은 ‘달콤하니?’ 밖에 안 되는 거죠. ‘맛있니?’ 라는 질문보다는 ‘무슨 맛이니?’라는 질문으로 아이들에게 음식 고유의 맛을 알려줘야 해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달아야 맛있다’는 공식을 갖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나물의 참 맛을 모른 채 무조건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고, 재배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수확하거나 요리한 것들은 맛있게 잘 먹어요, 직접 만져도 보고, 밭에서 뜯어보고 수확하면서 온 몸으로 그 맛을 느끼는 것이죠, 식탁에 앉아서 ‘이것은 비타민이 많아서 어디에 좋고, 이것은 무슨 성분 있어 어디에 좋으니 많이 먹어’하는 식의 교육은 아이들을 질리게 만들 뿐입니다.”

 장 위원장도 거들었다. “우리 세대에는 못 먹었던 것에 한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만은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어요. ‘풀보다는 고기’,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기’ 등. 하지만 잘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먹여야 해요. 원재료는 어디서 나고 어떻게 식탁에까지 오는지 그 고마움을 알아야 해요. 먹을거리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죠.” 그래서 센터의 이름도 애초 준비단계 때의 이름 ‘빛고을식품안전교육센터’에서 ‘빛고을식생활교육센터’로 바꾸었다. 식품보다는 식생활 전체에 대해 고민을 하겠다는 것이다.

 

 생협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이들은 앞으로 활동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일곡동 아이쿱생협건물을 센터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부지를 선정해 독립해 나갈 계획이다. 센터 부지도 단순한 사무실 공간을 넘어 1층에는 자연드림 매장과 2층에는 식생활교육센터, 3층에는 의료생협과 문화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복지센터를 준비를 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많은 이들이 생협은 아프니까 찾고, 친환경 식품은 아니까 먹어요. 괜찮아서라는 생각보다는 막상 아이가 아토피가 생기고 아프니 찾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먹을거리는 길게 봐야 해요. 몇 번 해보고 금방 좋아졌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돼요. 아토피가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비염으로 가고 천식으로 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먹을거리가 삶에서 가장 기본이 돼 항상 신경쓰고 지켜야 하는 것처럼, 생협 활동도 우리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돼야 해요.”

 그래, 이들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다. 생협 활동을 생협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는 것이다. 모두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내 굳이 생협 활동이 없어지게 되는 날이 오면 그 때는 이들의 목표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글=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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