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무등도서관 맞은 편 7~8개 업소 밀집

 북구 우산동 무등도서관 사거리에서 문화중학교로 올라가는 길은 ‘미용실 거리’로 불린다.

 ‘블링블링’, ‘동광이용원’, ‘까까중’, ‘주노헤어존’, ‘장발단속’,‘뽁꼬뽁꼬 미용실’, ‘스타일 21’ 등등. 불과 200여 m에 들어선 미용실만 7개다.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경쟁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주말·휴일엔 대부분의 미용실마다 손님이 가득 들어찬다. 20~30분 기다리는 건 예사다.

 사각사각. 이 공간에서 가장 흔한 소리다.

 조잘조잘. 이 골목의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이다.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는 풍경. 익숙함이다. 머리를 깎는 이발사들은 제 임무에 분주하다. 고객들은 티비를 보거나 친구들과 잡담하며 차례를 기다린다.

 ‘미용실 거리’를 정착시킨 건 착한 가격이 한몫했다. 커트비 4000원, 파마는 1만 원부터. 처음 온 손님이라면 한 번 더 쳐다볼 수밖에 없는 싼 가격이다.

 싸다고 솜씨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한 점주는 “일반적인 미용실과 차별을 두기 위해 박리다매로,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워낙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용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두피와 머리카락은 민감해 파마약을 잘못쓰게 되면 금방 눈치 채 사람들이 다시 오지 않게 된다”며 “미용실 자체가 입소문이 빨라 잠깐 이익을 위해 저질 제품을 쓰는 것은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과 똑같은 재료 쓰고 가격은 싸니 살림 형편이 좋을 리 없다. “파마 한 번 하는 데 세 시간이 걸려 겨우 만 원 받는다. 시간당 3000원 정도 벌이로 뭔 돈을 벌겠나. 다만 파리 날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손님이라도 더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게 낫기 때문에 이 같은 정책을 펴는 것이다.”

 미용실거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15년 전 ‘까까방’이 파격적인 가격을 외치면서 처음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 그때는 이발 가격이 3000원이었어. 그렇게 시작하면서 손님들을 사로잡기 시작하니 위로, 아래로 하나둘씩 미용실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된거지.” 25년 동안 토박이 노릇을 해온 동광이용원 송희동(65) 씨의 회고다.

 “처음에는 옆 가게가 싼 가격을 내걸자 경쟁심도 생기고 걱정도 했어. 하지만 하도 많이 몰리니까 손님들이 이곳도 기웃, 저 곳도 기웃하다가 우리쪽으로도 오더라고. 일단 실력이야 광주에서 꿀리지 않을 정도로 잘하니깐.”

 미용실거리의 주된 이용층은 학생들과 중년 여성들. 무등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이발할 일 생기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온다. 그렇다보니 도서관에 사람이 많은 여름과 방학기간이 이곳의 성수기다.

 김희정(46) 씨는 싼 가격 때문에 운암동에서 버스타고 오가는 단골이다. 김 씨는 새치를 숨기기 위해 자주 염색을 한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옆머리·뒷머리로 이어지면서 나오는 흰머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새치인줄 알고 하나씩 뽑기 시작했는데, 이젠 흰머리를 모두 뽑아내면 영락없이 대머리가 될 판이다. “아직 주름은 나이에 비하면 심하지 않은데 흰머리 때문에 할머니가 돼버린 것 같다”고. 주변 사람들이 ‘야 너도 이제 흰머리 나기 시작하네. 다 그렇게 늙는거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벌써부터 늙었다는 말을 듣기 싫어 흰 머리를 감춰야 했고, 이를 위해 동네 미용실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한 번 염색비용이 3만 원 이상 드니 감당하기 버거웠다.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하는데 비용이 아까워 차라리 내가 약을 사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염색약이 워낙 독해서 손에 묻으면 일주일 넘어야 겨우 지워지고 냄새도 너무 심해서 하루 종일 환기를 해야 빠져나가는 등 불편함이 많더라고요.” 그렇게 염색으로 고민하다가 친구 소개로 이 골목을 찾게 됐다. “그래도 사람 외모 중 가장 티나는 게 머리인데 염색을 안 할 수는 없었어요. 여길 알려준 친구가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도 계속 해야 될 염색인데 잘 찾아온 것 같아요.”

 학생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박지연(15) 씨도 그 중 하나. 그는 “이만한 가격에 자신이 원하는 머리를 해주는 것이 없다”고 장담한다. “옷은 모두 같은 교복을 입으니,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게 머리죠.” 이날은 살짝 웨이브만 하러 왔다는 박 씨. 우선 롤로 머리를 감고 파마약을 바른다. 꼬불꼬불 감겨진 머리는 열처리를 한 후 중화제를 바를 때까지 1시간 정도 기다린다. 중화제 바른 후 헹궈내면 슬슬 모양이 나온다. 파마약 냄새에 괴로웠던 두 시간여 기다림을 보상받는 순간이다.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 손님이 웃는다. 미용사가 더 크게 웃는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