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이 가족주의를 구원하다

 어린이 관객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최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그만큼 수익도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코코’는 이를 의식한 영화가 다분하다.

 멕시코에서 구두를 만드는 제화업으로 일가를 이룬 리베라 가문이 있다. 한데 이 가족들은 하나같이 음악을 증오한다. 이유인즉슨, 조상 중에 음악에 빠져 가족을 버린 조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음악 한다고 처자식을 두고 떠난 가장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아내는, 음악에 대한 저주를 퍼부었고 이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여기서 이 영화는 저주받은 조상의 후손 중 한 명에게 음악에 대한 재능을 부여한다. 그렇게 음악소년 미구엘은 음악이 금지된 집안에서 자신의 꿈과 가족들의 만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집을 뛰쳐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미구엘로 하여금 사후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사후세계에서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의 억울한 사연을 듣도록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미구엘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가족들이 증오했던 고조할아버지를 복권시키고, 가족에게 등을 돌렸던 소년이 가족의 품에 안기는 가족주의 만세를 외치는 영화인 셈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 영화가 대가족 문화와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 그리고 조상을 모시는 풍습이 남아있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극장을 방문한 가족 단위의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서며 서로에게 힘이 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가족화합의 대전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코코’는, 여기에다 ‘기억해 줘’를 추가하며 가족주의의 주제를 더욱 강화시킨다. 영화 속에서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인 헥터는 멕시코의 대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에 이승으로 여행을 떠날 수 없다. 그 이유는 지상에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헥터의 억울함은 미구엘이 보는 앞에서 해소되었고, 그렇게 미구엘의 가족들은 헥터를 기억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승의 살아있는 자들이 조상을 기억하고 제단에 사진을 올려놔야만 죽은 자가 이승을 여행할 수 있도록 설정하여, 이승의 가족과 저승의 조상을 일체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반복해서 울려 퍼지는 ‘리멤버 미’(Remember me/ 기억해 줘) 역시 가족애를 상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족주의는 치밀한 구석이 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가족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이 영화는, 기술력에 있어서만큼은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해준다. 특히, 디즈니와 픽사의 기술진들이 구현해낸 ‘죽은 자들의 세상’은 관객들이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흥미로운 것은, ‘죽은 자들의 세상’을 현실 세계보다 더 화려하고 생기 넘치게 표현해낸 점이다. 이는 ‘저승’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느낌을 떨쳐내며, 밝고 경쾌한 사후세계를 구경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발상의 승리라 할 만하다.

 여기에다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금잔화 꽃잎의 다리를 상상해낸 상상력은 일품이고, 저승의 인물들을 표현한 각각의 해골캐릭터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점, 이승과 저승을 연결시켜주는 곳을 출입국 심사처럼 처리한 재치 있는 연출 등은 영화를 보는 맛을 배가시킨다.

 정리하자면 ‘코코’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이야기를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를 현재의 기술력이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색감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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