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 나가사키 짬뽕과 심심 사케

▲ 나가사키 짬뽕.

 서구 상무지구 광주시청사 야외 주차장에서 주점과 식당가들이 있는 앞쪽 방면으로 서너 불럭을 올라가면 왼쪽 모퉁이를 끼고 있는 식당이 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후배와 동행한 기억이 있고, 비가 내리는 오후에 사케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멘무샤? 면과 무사, 라면과 사무라이, 일본인의 상징인 무사와 면발이 결합한 것으로 얼버무리는 동안, 입가에 쓰~윽 하고 웃음기를 보인 쥔장은 ‘용감한 무사가 좋아하는 라면’ 정도로 해석 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멘’과 ‘샤’는 일본식 발음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다꾸앙과 기무치가 아닌 단무지와 김치가 나왔다. 밑반찬에 예민한 토종인은 매콤한 짬뽕과 국밥을 서슴없이 주문한다.

 얼음 통에 얼린 조그만 술병에, 엄지손가락만한 술잔에 사케를 담았다. 은은하고 청초한 맛보다는 역시 심심한 맛이다. 비 오는 낮 시간을 느긋하게 다스리는 맛이다. 단무지를 소리가 나게 잘근잘근 씹었다. 푸르스름하게 알록달록한 그릇에 담긴 양배추와 치커리에도 소리가 났다. 무미건조한 사케 한 잔을 또다시 입안을 추스르는 동안 나가사키 짬뽕과 탄탄국밥이 왔다.

 나가사키는 일본 규슈의 서북쪽에 있는 도시로 예전에 중국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했었다고 한다. 당시 중국 유학생들이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었던 시나우동이 있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짬뽕이 되었다고 한다. 짬뽕이라는 말은 일본지역의 축제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과 중국 푸젠성의 방언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영하의 ‘차폰, 잔폰, 짬뽕’이라는 저서에 ‘나가사키 잔폰’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먼저 냄비를 매우 뜨겁게 달군다. 냄비에 기름을 두른 다음에 돼지고기를 넣고, 동시에 다른 재료도 차례대로 넣어서 강한 불에 연속으로 볶는다. 국물에 들어가는 재료는 닭고기의 살코기와 날개 부위의 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뼈와 닭고기 뼈 등이다. 이들 재료를 약 3~4시간 정도 중간 불에서 푹 곤다. 국물의 맛은 불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면은 밀가루에 탄산나트륨이 주성분인 도아쿠라는 재료를 넣는다. 이 도아쿠는 밀가루로 만든 면이 쉽게 변질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해주면서 동시에 잔폰 면의 쫄깃쫄깃함과 독특한 향도 제공해 준다.”

 기름기가 빛나는 육수의 웅숭깊은 맛이 느껴진다. 흔히 먹는 짬뽕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원한 맛과 얼큰한 맛이 어우러지고, 쫄깃한 면발이 뒤섞이면서 길게 늘어지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푸짐한 숙주와 야채, 간간히 드러나는 해산물의 씹히는 맛도 좋았다. 점심 메뉴로 나오는 국밥류는 기존 라면메뉴에 밥이 추가되는 식인데, 육고기와 고명으로 올린 계란이 올려져있다.불야성을 이루는 저녁시간대와는 다르게 한낮의 상무지구는 마치 개점휴업 상태처럼 적막감이 감돌았다. 인근 나이트클럽이 있어 주로 저녁시간대 다양한 층이 즐겨 찾는다는 상무지구 멘무샤는 5년 정도 됐고, 광주에는 현재 두 군데서 성업 중이라고 한다. 심심한 사케 한 잔으로 시작하여, 화끈한 나가사키 짬뽕으로 데워진 몸을 한 낮의 시원한 빗줄기 속으로 끄집어내었다.

 

 ▶ 차림 : 라멘정식류(나가사키짬뽕, 탄탄멘, 미소라멘 등) 11,000원~12,000원

 라멘류(소유라멘, 미소라멘, 나가사키짬뽕, 탄탄멘 등) 8,000원~9,000원

 점심특선(12시~2시, 탄탄국밥, 나가사키국밥) 5,000원

 사케류(쇼치쿠바이 텐 18,000원, 기타 30,000원 이상)

 ▶ 주소 : 광주 서구 상무번영로 36 1층(치평동 1228-9)

 ▶ 연락처 : 062)383-0040

글·사진=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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