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내 없고 쫄깃·담백함 입안 가득

 장독대는 광주 북구청 맞은 편, 향토문화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 이곳은 고서화와 골동품, 액자전문 화랑, 공예점포 등이 즐비했는데, 몇몇 식당가를 중심으로 소규모 먹자거리가 형성돼 있다. 2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자리 잡고 있는 장독대는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조림과 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자그마한 키에 검정색 원피스를 차려입은 쥔장의 움직임은 연륜과 서늘함이 느껴진다. 짙은 눈매를 희번덕거리며 종종걸음이 바쁘다. 서빙과 주방, 계산대를 넘나드는 움직임이 부산스럽지 않고 깔끔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상차림이 예나 지금이나 단출하고 빈틈이 없다. 김치, 젓갈, 오이무침, 두부계란부침, 멸치와 나물류가 동그랗게 배치되고, 신안군 지도에서 공수해온다는 병어를 기다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병어는 “머리가 작고 목덜미가 움츠러들고 꼬리가 짧으며 등이 튀어나오고 배도 튀어나와 그 모양이 사방으로 뾰족하여 길이와 높이가 거의 비슷하다. 입이 매우 작고 창백하며 단맛이 난다. 뼈가 연하여 회나 구이 및 국에도 좋다” 라는 기록이 있다.

 양념장에 눕혀진 병어는 먹기 좋게 나뉘어져 온전하지 않다. 도톰한 입과 볼록 튀어나온 뱃살이 보일뿐이다. 두툼하고 희끄무레한 살점은 비릿하지 않고, 쫄깃하고 담백하여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맛이다. 여름철 어물전의 단골손님으로 명절상차림의 풍성함을 도드라지게 했던 병어찜은 오랫동안 보관해서 먹기도 하여, 까다로운 어르신들의 입맛을 복원시키는 별미이다.

 무며 감자랑 짭짤한 국물까지 쩝쩝 후루룩거리며,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숟가락을 턱하고 탁자위에 올려놓고, 등을 지대고 사방을 둘러보니 옛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굽은 허리에 허리춤이 내려앉은 늙은 옹이 걸어가고 있다. 패랭이 모양의 갓을 쓰고, 낚싯대를 움켜진 노인네의 팔뚝이 무명적삼에서 불끈하고 솟았다. 할배의 머릿속은 온통 ‘덕자’(병어) 생각뿐이다. 애기 궁둥짝만한 요상한 물고기를 처음 보았을 때, 앵두 같은 입술과 토실토실한 외손녀를 생각하며 이름지어준 덕자는 근자에 자주 꿈속에서 나타나곤 한다. 알토란같은 그 허연 속살을 한입이라도 넣을 수 있다면, 새큰새큰한 손마디가 금방이라도 풀릴듯하다. 이참에 두어자 크기의 덕자를 본다면, 염병할 허리를 발딱하고 곧추 세울 것이다. 되새김질이 끝난 그의 굳게 다문 입과 과도한 염생이 수염, 오똑한 콧날, 가뿐한 발걸음은 오로지 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덕자, 덕자, 덕자여~여....

 게슴츠레한 눈을 질질 흘리고 포만감에 푹 절인 육신이 너부러질 무렵, 어디선가 일갈하는 메아리가 들린다.

 “아자씨요! 인자, 거시기했으믄 그만 인납시다”

▶ 차림 : 갈치조림 15,000원, 병어조림 16,000원, 간재미찜 25,000원, 병어회무침 25,000원, 낙지볶음 25,000원

▶ 주소 : 광주 북구 우치로 64번길 28(중흥2동 363-63)

▶ 연락처 : 062-514-3857

글·사진=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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