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글, 정승희 그림 / 사파리
“용용 약 오르지, 용용 죽겠지!”

 2012년 임진년은 용띠 해, 특별히 올해 임진(壬辰)년을 `흑룡의 해’라고 한다. `壬’은 방향으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색깔로는 검은색에 해당돼 `흑룡의 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데, 도대체 용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웅장하고 위엄 있는 갈기, 시원스레 뻗은 긴 몸, 강인한 뿔, 부리부리한 눈을 한 용은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는 신성한 동물로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농민들에게는 비를 관장하는 농사의 신으로, 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어민들에게는 안전한 뱃길과 풍어를 책임지는 용왕으로 섬겨졌다. 불교가 융성할 때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신이 되었는데,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황룡의 도움이라는 전설이나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죽은 뒤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 했다는 전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산이나 강이나 절 이름에 `용’자 많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사람들이 용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용 이야기를 담은 `와글와글 용의 나라’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 미르는 물의 옛말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풍랑이나 회오리, 돌풍이 용 때문에 생겨난다고 믿었는데 이처럼 물에 대한 신앙에서 만들어진 상상의 동물이 바로 용이다. 한편 `미루나무’는 하늘로 치솟아 오를 듯 길게 자란 나무의 모습이 용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은하수를 뜻하는 `미리내’도 용의 모습과 같은 개천을 의미하고, 미래 세상을 구할 부처인 `미륵’ 역시 용을 닮은 꽃이 피는 용화수 아래에서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용처럼 재주가 뛰어나거나 기특할 때 `용하다’고 하는 말이나, 양볼에 엄지를 댄 채 네 손가락을 펴들고 흔들면서 “용용 약 오르지, 용용 죽겠지!”라고 소리치면 용이 화가 나서 콰르릉 비를 쏟아부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새로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자못 흥미롭다.

 아이들이 가장 관심갖는 이야기는 동양의 용과 서양의 드래곤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부분이다. 용은 뱀과 비슷하게 생겼고, 사슴의 뿔과 말갈기와 매의 발을 갖고 있는데, 드래곤은 공룡과 비슷하게 생겼고, 사자의 입과 독수리의 목과 발을 갖고 있다. 어깨에는 박쥐날개가 있고 꼬리는 창모양이다. 용과 드래곤은 성격이나 특징도 아주 다르다. 용이 점잖고 위엄이 넘치는 반면 드래곤은 사납고 무섭다. 용은 크기나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하지만 드래곤은 변신하지 못한다. 동양의 영웅들은 대개 용의 도움을 받거나 용의 자손이지만 헤라클레스, 아더 왕, 베어울프 같은 서양의 영웅들은 드래곤을 죽여서 영웅이 되니 이 또한 다르다.

 용과 드래곤만 비교해봐도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농경사회인 동양과 달리 유목생활을 했던 중동과 서양에서는 가축을 습격하는 짐승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짐승의 모습을 합친 드래곤을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용에 대해 알수록 자연스레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는 것 같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듯이 용의 기상을 품고 비상하는 새해를 맞이하시길….

정봉남 <아이숲어린이도서관장>

 정봉남님은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주인 되는 영토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오래 걸었고, 결국 아이가 주인인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엄마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의 꿈은 아이들의 꿈속에 고래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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