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경선’과 총인시설공사 비리 고인물이 드디어 썩는 것인가?
광고 목매는 언론·특정당 의회 견제 못해

 요즘 들어서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고장의 중심정치세력인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후보 경선과정이 과열양상을 빚더니 끝내 사람이 사망하는 참극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동구에서 일어난 사건의 실체는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리라 믿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함을 넘어 수치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민주, 평화, 인권의 수도를 자임하며 대한민국 민주역사의 주체도시였던 광주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순식간에 전국의 따가운 눈이 광주로 쏠리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번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지어질지도 관심사이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도 중요한 대상입니다.

 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사건이 또 있습니다. 광주시가 추진한 총인시설공사와 관련된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광주시 공무원과 우리 고장 주요대학의 몇몇 교수들이 구속되는 등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건들은 비일비재합니다. 대부분은 시군단위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발주과정에서 토호세력과 유착이나 특혜, 뇌물수수가 주를 이룹니다. 아직도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된 금품수수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광역시 단위의 대규모 공사에서 구조적인 부정부패가 이뤄졌다는 것은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공무원과 업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일부 교수들까지 뇌물을 주고받았다니 무언가 구조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역시 실체는 결국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시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리라 봅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전혀 다른 형태의 사건이지만 왜 하필이면 광주에서 터졌을까 하는 점에서 결코 서로 간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우연한 사건이 겹쳤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본질적 원인을 따져보면 무언가 집히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으로는 두 사건 모두 공무원이 개입돼 있습니다.

 특정한 부류의 일부 극소수 공무원일 것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준법정신이 허물어져 있음은 명백합니다. 부정 비리에 대한 인식이 이완돼 있음을 보여 줍니다. 타성과 관행이 법규와 공직정신을 앞서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냉소를 보내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무슨 극소수야, 대부분이 그렇지’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극소수 공무원들에게 해당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규모 부정과 부패는 일정한 권한과 대내외관계를 가지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기에 대다수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의 개별적 성향이야 알 수 없습니다. 광주의 공무원들이 특별하지 않다고 봅니다. 전국 어느 공무원들과 비교해 자질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왜 광주에서 잇따라 터져 시민들의 마음을 짓밟고 자존심에 심한 생채기를 내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고인물은 썩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입니다. 모든 독재정권은 부정부패로 망하거나 내부권력다툼으로 싸우다 망합니다. 혁명세력도 시간이 지나면 기득권 세력이 되고, 결국은 고인물이 되기 마련입니다. 민주화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시와 견제가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광주는 공무원을 포함해 시민들이 어느 지역보다 민주주의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만큼 지역사회에 견제와 비판, 그리고 감시체계가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크든 작든 권력은 감시와 비판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오만해지고, 자기절제를 잃게 되고, 결국 부정부패가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현 정권은 좋은 사례를 보여줍니다. 과반수가 넘는 국회의원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일부 대규모 신문들과 ‘한배 의식’으로 짬짜미를 이루고, 티케이와 고대 출신으로 검찰을 장악한 결과가 요즘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외교부까지 부정부패의 오명을 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권력을 감시, 견제하고 비판하는 세력은 일차적으로 시민이지만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역할이 언론입니다. 불행하게도 광주의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어느 지역보다 많은 신문사가 있지만 대다수 신문이 광주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광주시나 구청에서 집행하는 홍보비가 대다수 신문사의 경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광주 전남의 경제력이나 주민 수에 비해 너무나 많은 신문사의 난립이 비정상적인 관청의존을 가져온 일차 요인입니다.

 이런 언론 형편을 시정하기보다는 활용하는 지역 권력 역시 언론환경과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해치는 요인입니다. 언론과는 달리 제도적 견제와 감시체계가 바로 지방의회이고, 지역 국회의원들입니다. 하지만 광주시의회의 절대 다수가 민주당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전원이 민주당입니다. 구청장, 시장도 민주당입니다.

 이런 언론 상황과 지역정치체제가 벌써 20여 년에 이릅니다.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만들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언론계, 시민사회 등 감시, 비판, 견제의 역할을 해왔던 세력들마저 대다수가 지역정치와 권력에 흡입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문제를 모른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광주만이 지닐 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이런 문제점들을 덮어 왔고, 어쩔 수 없는 ‘광주적 요인’으로 이해하고 용인해 왔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대구나 부산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다른 그 무엇을 이해하자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한계를 보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이 광주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것 아닐까요. 그만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변화와 혁신만이 상처 난 자존심을 자부심으로 새롭게 세울 수 있는 계기를 가져올 것입니다. 광주학생운동, 4ㆍ19, 5ㆍ18에서 보듯 그 계기는 항상 광주시민들이 만들었습니다.

이병완 www.wanlee.net



 이병완님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박정희의나라, 김대중의나라, 그리고 노무현의 나라>를 썼으며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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