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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살아라, 내 딸아, 살아야 한다”
`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로젤린느 모렐 글 / 청어람주니어
정봉남
기사 게재일 : 2012-05-03 06:00:00

 봄에 유난히 부고 문자를 많이 받는다. 푸른 싹 내밀어 촉촉하고, 여기저기 꽃망울 터져 화사하고, 비온 뒤끝 하늘은 청명한데, 눈앞에 없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일이란 지극한 슬픔이다. 그러므로 봄날의 부고는 지나치게 순수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래 아파서 안부조차 쉽게 건네지 못했던, 내가 사랑한 가족들에게 당신의 살아있음을 감사하노라고 조용히 마음을 건넨다.

 `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엄마의 죽음을 지켜본 소녀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매우 섬세하게 그린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다가오는 죽음과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나가는 알리스와 아빠, 평화롭게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고통의 시간과 싸운 엄마, 죽음을 둘러싼 슬픔, 그리고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묵직하게 마음을 울린다. 병상에 누워있는 가족을 두었거나 이제 막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위로에 눈물을 흠뻑 쏟을 것이다. 

 죽음을 생생하게 지켜본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처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계속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은 어른이라도 극복하기 쉽지 않다.

 활기차고 다정했던 엄마가 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자 알리스는 다하지 못한 사랑에 후회하고, 때론 자신에게만 불공평한 것 같은 현실에 절망하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막을 수가 없다. 알리스는 엉망인 아빠를 대신해 밥도 하고 집안일도 해야 했다. 그 속에서 알리스는 혼자 자는 밤이 두렵고, 왜 자신만 이런 일을 겪는지 화가 나고,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어도 외로웠다. 아빠 역시 부인을 갑자기 잃고 딸아이와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생각할 여력도 없을 만큼 혼란 그 자체였다.

 죽음 앞에 있는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알리스에게 엄마의 죽음은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욱더 생생하게 이해하는 시작점’이 된다. 상실의 경험이 깊은 슬픔을 거쳐 남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숨은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가 마지막 순간 남긴 “알리스, 오렌지 사오는 것 잊지 마!”라는 말을 떠올리며 알리스는 그 안에 단호한 명령이 들어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살아라, 내 딸아, 살아야 한다.”라는 뜻이라는 것을.

 그렇게 애틋하고 아린 그리움의 흉터 위에 새로이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삶은 계속된다. 아빠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알리스도 마음의 자리를 내준다. 어떤 막막한 순간에도 삶이 주는 놀라운 선물들을 마다하지 말라고,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엄마의 메시지를 알리스는 이해한 것이다.

 이별은 불가항력이지만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인간의 선택이다. 이별의 아픔이 돌덩이로 남아 가슴을 짓누르지 않도록, 그 과정을 통해 인생과 관계의 유한함을 깨달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삶의 선물이 될 것이다.

 내 곁의 사람들도 갑자기 영원히 떠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곁에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이 삶을 끝내고 싶은 절망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있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정봉남님은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주인 되는 영토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오래 걸었습니다. 그의 꿈은 아이들의 꿈속에 고래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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