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말만 뱉으면 돼 나머진 아랫것들이 하는 거야

 - 캄보디아 ‘크놈’에서 짐이 오바마랑 끌어안는 것 봤지? ‘크놈’에서 새 시대를 끌어안는 ‘세기의 만남’이었지. 오바마가 크니까 폭 안기더라. 너는 그 안기는 맛을 모를 거야.

 - 캄보디아는 비가 많이 오는 열대몬순기후이고, 제가끔의 해탈을 강조하는 소승불교를 믿으면서 크메르어를 쓰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의 수도는 ‘크놈’이 아니라 ‘프놈펜’입니다.

 - 잘났구나. 잘난 너는 지금을 가랑잎 휘날리는 가을철로 생각하지, 쯧쯧쯧. 거짓이 넘실대는 선거철이야. ‘크놈’이든 ‘클 놈’이든, ‘재벌해체’든 ‘경제민주화’든 막 뱉어도 되는 선거철이란 말이다. 선거 때 뭔 말을 못하겠느냐? 그런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오바마가 왔더구나. 짐은 미국이 아시아인줄 몰랐다. 그렇게 가까우니 다음엔 한 침대를 써 볼까?

 - 정치는 믿음입니다. 아무리 선거철이라 하더라도 지킬 수 없는 언약을 백성들에게 침 튀기듯 뱉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백성들은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말 못하는 ‘벙어리’가 아니옵니다. 백성들은 못 들은 척 하지만 다 듣고 있으며, 말하지 않은 척 하지만 모두 말하고 있사옵니다. 백성들을 생각 없는 ‘무뇌아’로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옵니다.

 - 너, 폐하로 뽑혀봤어? 안 뽑혀봤으면 말을 하지 마. 짐은 뽑혀봐서 안다. 선거 때 짐이 무엇이든 떠벌려도 백성들은 ‘그러겠지’했고, 뭐라고 떠들어도 ‘그럴 거야’했다. 그래서 지금 폐하가 된 것이 아니냐. 하하하. 주가조작의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했어도 ‘나와 무관하다’고 말을 바꾸면 그것으로 끝. 너처럼 머리가 좋아서 공부 잘하면 뭐 해, 써 먹을 줄 모르면 땡이지.

 - 플라톤은 ‘불의의 가장 나쁜 모습이 위장된 정의’라고 했사옵니다. 그러니 거짓으로 백성을 홀려서도 안 되고, 불의로 정의를 포장해서는 더욱 안 되는 것이옵니다.

 - 너는 죽은 플라톤한테 밥 한 숟가락도 못 얻어먹었으면서 아직도 플라톤타령을 하느냐. 정의(正義)가 너의 스폰서라도 되느냐, 떡값을 챙겨 주었느냐, 아니면 그랜저나 벤츠라도 얻었느냐? (김)광준 검사도 아니면서. 짐이 일찍이 땅에 묻어 없애버린 정의를 버릇없이 왜 입에 올리느냐? 너니까 내가 봐준다. 다시는 정의를 입에 담지 마라.

 - 언제는 제 머리에 든 것이 많다고 좋아하셨으면서. 제가 플라톤이라도 나불거리니까 폐하께서 저를 딸랑이로 쓰셨으니, 플라톤이 죽었지만 저한테 밥을 준 것이 아닙니까? 백성들이 파워(힘)의 스폰서가 되는 것은 폐하께서 오바마의 품에 안기는 것과 같사옵니다. 폐하께서 묻어버려 정의가 사라졌으니 백성들이 무조건 힘에 달라붙는 것은 마땅하옵니다. 폐하께서 묻어서 이룩하신 세상이옵니다. 

 - 짐이 이룩한 것이 너무 많구나. 이번 광준이 사건도 특임검사다, 구속이다 하면서 떠들썩하다만, 곧 얼버무리고 묻어버릴 것이다. 그러고 나면 검사들이 어디로 줄을 서야하는지를 또렷하게 알게 될 것이야. 이게 바로 ‘줄 세우기’ 전략이란다. 이번 기회에 너는 그 좋은 머리에 꼼수를 좀 얹혀라.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아랍에미리트에 오니 두바이가 떠오릅니다. 옛날에 두바이를 갔을 때 국왕이 기업인과 직접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보고 폐하께서 부러워하셨고, 사막에 운하를 만들려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살펴보셨잖습니까? 그때 폐하께서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를 넘어 세계인이 감탄하는 메카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지요. 그것이 헛되고 미덥지 못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 정치란 말만 뱉으면 돼. 나머지는 아랫것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야. 안 되면 그만이고. 뭘 어렵게 생각해? 거품을 잘 일으키면 번지르르해지는데, 거품이 잘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버리면 되지. 묻힌 것을 왜 또 꺼내느냐? 짐이 여기 온 것은 원전 때문이야. 대선후보들이 원자력을 부정적으로만 말하는데 죄다 헛소리야. 걔네들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떨어질 때 태어나지도 않았어. 짐은 그때 살아봐서 알아. 원자력이 얼마나 힘이 센지 안단 말이야. 아무 것도 모른 것들이 까불고 있어.

 - 히로시마 원자폭탄이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든 백성들이 무섭지요. 고장도 잦고 비리도 잦아서 불안하니까 영광원전 앞에서 백성들이 농성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그런 것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에서 원전수주를 못할까 걱정되는 것 아니냐, 자잘한 것은 알아서 묻어. 검찰이나 언론들은 알아서 잘도 묻더구만. 그런 것 하나도 처리를 못하면 어떡하잔 말이냐. 플라톤한데 묻으라고 할래, 정의한테 묻으라고 할래? 안다는 놈이 척척 알아서 못해!! 명박산성을 쌓은 (어)청수나 용산참사의 (김)석기나 쌍용차사태의 (조)현오를 경찰청장에 앉혀야 알아서 할 거냐?

 - 그럼 이 기회에 회전문인사나 떡고물 인사를 한번 할까요? (유)인촌이 말대로 석 달 뒤에 정권이 바뀌면 알아서 나가야하기는 하겠지만, 레임덕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면 겁을 확 주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른바 ‘충격 전략’. 지하에서 존경받던 (김)지하 시인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다를 것이다’며 근혜옹주를 밀어주니 ‘총 맞은 것처럼’ 겁이 확 나더라니까요.

 - 그것도 알아서 해. 너희들이 알아서 잘 해야 짐이 일을 할 게 아니냐. 짐이 세일즈 외교를 하니까 국가신용등급도 오르고 엥겔지수도 팍팍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얼마나 좋으냐?

 - 엥겔지수 오르는 것은 백성들이 먹는데 쓰는 돈이 많아진다는 것이어서 올라갈수록 후진국인 것이며, 물가가 올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사옵니다.

 - 땅값 오르듯 뭐든 오르면 좋은 것 아니냐, 백성들이 먹어대는 것은 살만 하다는 것이지. 짐이 어렸을 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곯아도 먹지를 못했어. 호강하는 줄 알아야지.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할 때 먹으니. 

  김요수 ghomsol@hanmail.net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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