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들썩이다 새정치의 봄날은 가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캬~. 마음이 쫘악 가라앉고 눈이 지그시 감아진다. 연분홍 치마처럼 고왔던 옛날이 떠오르고, 봄바람처럼 따뜻해지는 앞날이 휘날린다.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참고 견디며 부지런히 산다. 그것만으론 뭔가 아쉬우니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을 오르내리며 빌고 또 빈다. ‘꽃이 피면 같이 웃’는 날을 바라고, ‘꽃이 지면 같이 울’ 다짐도 한다. 얼마나 ‘알뜰한 맹세’인가. 같이 웃고 함께 울던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립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식구들을 이끈다.

 

 ▶아주 오래된 노래다. 어리나 늙으나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고, 또 한 번쯤 불러본 사람 많겠다. 언젠가는 이 노래만으로 이름 짜한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자랑을 하기도 했다. 제가끔 힘을 주어 부르는 대목이 다르고, 살아온 낯빛만큼 목소리도 달랐다. 어떤 이는 자기가 살아온 대로 노랫말을 바꾸어 부르기도 했다. 노래를 못한다며 하모니카로 느리게 불다가 신나게 불어주기도 했다. 제가끔의 삶을 이 노래에 묻히니 제가끔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햐~.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막 돋아난 연둣빛 새싹이 살짝 자라나면 새파래진다. 연둣빛 같던 아이가 새파래질 때 심장이 꽝꽝 뛴다. 내달리던 동네가 좁아 보이면 새파란 풀잎 따다가 물에 띄워 널뛰는 마음을 달랬다. 쇠스랑으로 땅 고르던 아버지는 물에 뜬 새파란 풀잎을 보았다. 그러다 ‘꽃 편지 내던지며’ 마당을 벗어나고 동네를 돌아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까지 기어이 나가봤던 그 젊은 날을 떠올리며, 새파란 풀잎 물에 띄운 젊은 마음도 알아주었다. 작은 몸놀림 하나도 읽어주던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립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음을 읽는다.

 

 ▶‘별이 뜨면’ 피 끓는 아이를 데리고 젊었을 적 이야기 해주며 웃고, ‘별이 지면’ 사그라진 젊음이 안타까워 울었지 않았을까. ‘실없는 그 기약’을 떠올리며 그렇게 또 다른 봄날을 보내면서. 끌어주고 달래주는 모습이다. 간혹 사람들은 정치인들에게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정치인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제대로 알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지 마시라. 이제부터는 새파란 풀잎 물에 띄우는 젊음의 마음까지 알아주는 정치인을 바란다고 말하시라. 그리고 그런 사람을 뽑으시라.

 

 ▶조그마한 아이들 골목길 다툼 같은 정치에 신물이 난 대한민국 사람들은 ‘안철수’ 이름만으로도 신이 났다. 술 취한 어른들 흙탕물 싸움 같은 정치에 진절머리를 치던 대한민국 사람들이 ‘안철수 현상’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안철수는 그 이름과 현상으로 말을 하고 움직였다. 안철수의 말에 들뜨고, 안철수의 움직임에 들썩였다.

 하지만 안철수라는 이름 속에는 갈 길이 없었고, 안철수 현상 속에는 외침이 없었다. ‘안철수’에는 주인과 주어가 보이지 않았고, ‘안철수 현상’에는 주제와 주체가 없었다. 그래서 당원과 국민에게 물었다. 노래자랑에서 자신이 부를 노래를 당원과 국민에게 물었고, 자신이 걸어야 할 길도 물었다. 물으니 답했다. 답하면서 나뉘었다. 점심만 먹으려 해도 분식집으로 갈지 중국집으로 갈지를 설득하고 뜻을 맞춘다. 이것이 정치의 시작이다.

 

 ▶아주 흔한 가르침 있다.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가 잘 살도록 이끄는 아버지 같은 정치인을 바라던 사람들은 안철수가 방법을 찾는지 핑계를 찾는지를 알았다. ‘안철수’에서 정치의 봄을 바랐는데, ‘안철수의 말’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안철수 현상’에서 새 정치를 찾았는데, ‘안철수의 움직임’에 더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그렇게 쓰인 돈은 안철수의 돈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낸 세금이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비용’이 되고 말았다.

 

 ▶‘안철수의 봄’은 가고, ‘새 정치의 봄날’도 간다. ‘오늘도 언 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가만 서 있어 보니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이 가고 있다. 참, 선거운동 한다고 돈을 펑펑 쓰는 사람 눈 여겨 보시라. 돈 쓴 그들이 적당한 표를 얻거나 당선이 되면 그들이 쓴 돈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다 메워 주니까.

글·그림=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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