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지킨 바다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빠뜨려

 ▶눈이 녹아 시냇물 졸졸거리면 농사꾼들은 쟁기를 꺼내 땅땅거리며 손을 본다. 호미와 낫도 꺼내 살핀다. 봄을 맞이하는 것이다. 깡깡하던 흙이 부슬부슬 부서지면 삽자루 하나 들고 뒷짐 지며 논밭을 거닌다. 봄을 마련하는 것이다. 햇살이 가지런하고 바람이 산들거리면 뿌릴 씨앗을 뒤적거리고 밭을 간다. 봄을 일구는 것이다.

 

 ▶풀싹이 돋으면 봄인 줄 아는데 그때는 이미 봄이 돋은 한참 뒤다. 꽃이 피면 봄이 온 줄 아는데 그때는 이미 봄이 활짝 핀 뒤다. 메가 연둣빛으로 덮이면 봄 타령들을 읊는데 그때는 이미 봄이 간 뒤다. 농사꾼들이 땅땅거리고 흙이 부슬거릴 때 봄은 돋고, 밭둑을 거닐 때 봄은 오고, 논밭을 갈 때 봄은 한창이다. 어쩌면 농사꾼들이 찬바람 막으며 무슨 씨앗을 뿌릴 지 도란거릴 때 봄은 스며들고 있었을 게다.

 

 ▶앞서 떠올리고(계획), 미리 마련하여(준비), 해나가고(실천), 그러다가 잘못 되면 고치고(수정), 그렇게 먹고 사는 거다. 나 하나 먹고 사는 것만 그러는 거 아니다. 함께 사는 마을일도 그렇고, 더불어 사는 나라일도 그렇다. 닥쳐서야 후다닥 하고, 터지고서야 얼렁뚱땅 막는다면 뒤죽박죽이 되고 `웃기는 짬뽕’이 된다. 푸석푸석한 삽자루 들고 땅을 팔 수도 없고, 씨 뿌린 뒤 밭을 가는 것이 아니다.

 

 ▶부지런히 자기 몫만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지지선언’을 하여 `나를 따르라’고 부추긴다. 마치 예수님처럼. 표를 구걸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구걸(求乞)’은 거저 달라고 빈다는 뜻인데, 거저 달라고 빌 때와 아주 달리 떵떵거렸다는 말이다. 거기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은 지지선언에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한다.

 

 ▶똑똑한 체 자기 자리만 지키려는 사람들은 불쌍히 여기듯 `황제노역’을 질러서 `자비를 베푼다’고 우쭐거렸다. 마치 부처님처럼. 신호등 어길 때처럼 거리낌 없다. `거리낌’은 마음에 걸려 꺼림칙하다는 뜻인데, `거리낌 없다’는 그것조차도 없다는 말이다. 그때 광주광역시장을 비롯 떠세하던 사람들, 그러니까 토호세력들은 `황제’를 너그럽게 봐달라고 빌었다. `떠세하다’는 젠체하고 억지 쓰다는 뜻이다.

 

 ▶이순신은 우리나라를 쳐들어온 왜놈들을 남해 바다에 처박았다. 이순신이 지킨 바다에 어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빠뜨렸다. 그래 놓고 헤엄도 못 치는 대통령이나 큰소리나 치는 국회의원들이 가서 낯 세우고 수선만 피운다. 그 돈이나 시간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질 수 있는 사람들과 발을 동동거리며 울부짖는 식구들을 보내야 한다.

 

 ▶문제는 누구하고 가깝냐, 내 잇속에 맞냐가 아니라 본질이다. 그런 일들이 `왜 생겼을까?’를 혼자라도 중얼거려보고, 그들이 `왜 그랬을까?’를 함께 더듬어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먼저인지를 꼭 챙겨야 한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리슬쩍 넘어가고, 그저 팔짱 끼고 구경하다 떡이나 얻어먹으려는 마음가짐 버려야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빙글빙글 돌리고만 있다가, 언젠가 멈추겠거니 하며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어미닭 뒤를 따라 쫑쫑거리는 병아리 떼처럼 따라만 갈 것인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는 `예쁜 붕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올라서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고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서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젊은 양희은은 기타 하나 들고 가냘프게 노래했다. 나만 괜찮으면 괜찮은 것이 아니고, 언저리가 썩어 들어가면 나까지도 썩어 들어간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고 일러준다.

 

 ▶우리가 봄 제대로 맞이하려면 무엇이 먼저인지 도란거린 뒤 농사꾼처럼 땅땅거리고 나서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말이 되어 떠돈다. 그 말에 우리는 빨려들고 있다. 우리가 알아차려야 한다. 참, 힘없는 사람들에겐 서로 베풀라며 가르치면서 왜 힘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진 않는 걸까?

글·그림=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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