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 만한 일? 황소 찜 쪄 먹을 일!

 ▶북극곰의 삶을 걱정하는 광훈이아저씨가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뭔 생뚱맞게 북극곰의 삶을 걱정하냐고? 우리가 함부로 먹고 쓰고 버리면 땅도 공기도 더러워지고, 그것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이 살기 어려워 멸종된다는 이야기다. 아주 코딱지만 한 일이 황소 찜 쪄 먹을 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나비효과’라 불렀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했을 뿐인데 미국 텍사스에서는 회오리바람(토네이도)이 생긴다나 어쩐다나? 완전 센 뻥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그런 일 생긴다. 담배꽁초 하나 버렸을 뿐인데 온 산이 불타버리고, 밥집에서 코 한번 풀었을 뿐인데 건너편 손님이 토하다 식도가 막혀 죽는 수 있다.

 

 ▶북극곰을 생각하는 광훈이아저씨는 그래서 십 수년째 자전거를 탄다. 북극곰의 삶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신다는 말이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대단한 사람이다. 광훈이아저씨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함부로 생각하고 먹고 버리지 마시라.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그 정도 자전거를 타니까 광훈이아저씨는 자전거타기를 가르칠 뿐 아니라 사람들 모시고 자전거 여행도 다닌다. 고급스러워지려는 사람들은 ‘자전거 라이딩’이라 부른다.

 어느 날 자전거에 도가 튼(?) 광훈이아저씨가 건널목에서 정지선을 넘어 섰던 모양이다. 경찰이 다가와 ‘자전거도 타는 순간 차입니다. 선을 지켜주세요’했단다. 경찰은 ‘이때다’ 싶었을 것이고, 광훈이아저씨는 ‘아차’했겠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지 않고 나긋하게 말했다면 참 괜찮은 경찰이고, 광훈이아저씨는 ‘누구한테 감히’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 예’ 그랬으니 참 괜찮은 사람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요새는 ‘민중’이란 말만 써도 빨갱이로 몰아버릴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빨갱이의 지팡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여기서 ‘지팡이’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의 대가리나 탁탁 때리라는 지팡이가 아니라 걸을 때 도움을 준다는 뜻으로 썼겠다. 70~80년대를 학생으로 산 사람들은 경찰이란 말보다 ‘짭새’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순사’란 말이 확 다가올 거다.

 ‘짭새’나 ‘순사’는 민주운동이나 독립운동을 한 사람, 그러니까 괜찮은 사람들을 붙잡으려고 눈을 부라렸고 온갖 꼼수와 별의별 고문에 익숙했다. 지팡이는커녕 일제나 독재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일본노무스키들이 물러나고 청산이 이뤄지지 않아 ‘순사’에서 ‘짭새’로 이어졌으리라. 그들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는 ‘개’가 된 것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라보다는 제 뱃속을, 민족보다는 제 잇속이었으니 서민들을 발톱 밑에 낀 때꼽재기만도 여기지 않았겠다. 언제부턴가 ‘권력의 개’ 자리는 검찰에게 넘겨주었다.

 

 ▶광주광역시에는 여덟 명의 국회의원을 비롯해 경찰처럼 ‘정치인’이란 완장을 찬 사람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껀덕하면(걸핏하면) ‘5·18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게’란 말을 하고, 껀덕하면 5·18묏등에 가서 고개를 숙인다. 한때 출마를 해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계모임에 가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외쳤던 정치꾼의 모습이 겹친다. 그들이 얼마 전부터 시장은 누가 되어야 한다, 누구는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들에게는 같은 골목에서 누구랑 노느냐도 아주 중요하겠다. 골목대장이 ‘내 말 잘 듣는 누구랑만 놀거야, 넌 빠져’. ‘넌 저쪽으로 끼어’하는 것처럼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골목대장? 골목을 벗어나면 끽 소리도 못하고, 제 성질 못 이기면 경찰차나 발로 차며 화풀이한다. 완장 찼다고 월드컵이나 프로야구 오심 심판처럼 호루라기나 불고 아웃 세이프나 외치지 말고, 정말 대한민국이 갈 길이 무엇인지 찾아보시라. 괜히 법 없이도 사는 광훈이아저씨 같은 사람에게 거기 서라 저리 가라 하지 말고, 그 완장으로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어느 놈들이 잘못 했는지를 꼼꼼하게 살피시라. 그러라고 뽑아주었다.

글·그림=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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