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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59>찔통부리기와 밀치닥질
“박근혜는 누구쯤? 안철수 김한길은 누구쯤?”
김요수
기사 게재일 : 2014-07-11 06:00:00

 ▶주말이면 옆집에 아들식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골목 돌담을 토닥토닥 때리는 아이들의 까르르까르르한 웃음소리가 상큼하다. 시들어버린 풀빛 옷만 걸치고 다니는 할머니들의 고샅에 울긋하고 불긋한 옷이 아장거리는 일도 흐무뭇하다. 그늘진 감나무 아래에서 양파김치를 담그며 이웃집 흉보는 재잘거리는 며느리가 정겹고, 그 말끝에 쓱 한마디 던지는 시어머니가 어질다. “그 사람 속셈에 간이고 쓸개고 내주지 마라”

 

 논두렁에 웃자란 풀을 벤다고 예초기 짊어진 아들은 듬직하다. 시원한 물통 하나 달랑 들고 새색시마냥 사뿐사뿐 따라나서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농약 통 짊어지고 고추밭에 농약까지 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감자를 삶아 먹기 좋게 쪼개어 마루에 식혀놓는 어머니의 손길에 정이 듬뿍 들었다. “막둥이 너는 익은 갓김치를 좋아하지?”하면서 마루에 걸터앉아 손으로 갓김치를 뿍뿍 찢어준다. “쌀쌀 먹어,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육일 동안 세상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하느님이 ‘보기에 좋았다’는 느낌이 이쯤이었을까? 하느님이 아니라서 모르지만 이쯤의 느낌도 그쯤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겠다. 적어도 문창극의 하느님과 안철수의 하느님은 그렇지 않겠지만. 마음이 넉넉해질 쯤 무슨 까닭인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이눔의 새끼, 땅에 떨어지면 주어먹지 말랬지?” 엄마의 목소리가 커지고 할머니는 모른 척 손자의 손을 잡고 골목으로 나온다. 돌담의 흙빛과 할머니의 잿빛 그리고 아이의 노란빛이 푸른 하늘빛과 하얀 구름 빛에 잘 어울린다.

 

 마을회관 앞 큰 돌에 앉은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살짝 꺼낸다. “이거 먹고 찔통 그만 부려” 어느새 아이는 할머니의 빈 주머니를 함박웃음으로 채운다. 찔통? 찾아보니 자꾸 울거나 보챈다는 뜻이다. 우리는 왜놈 말인 ‘띵깡’이나 ‘뗑깡’을 ‘부린다’고 말하고 책에서는 ‘심통 부린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아직 우리말을 잊지 않고 쓴다. 할머니의 지닐총(기억력) 덕에 좋은 우리말 하나 건졌다.

 

 ▶해가 산을 꼴딱 넘어가고 붉은 기운이 뒤덮는 하늬(서쪽) 하늘은 정말 예쁘다. 비 그치고 산들바람이 불 때의 빛깔에 눈은 부시고 마음은 가라앉는다. 할머니는 아들이 바둑알처럼 깎아놓은 논두렁 밭두렁을 손자랑 걷는다. “거기 가만있어, 밭에 들어오면 옷 망쳐” 걷다가 할머니는 눈에 보이는 일을 참지 못하고 아이를 두렁에 세워둔다.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려고 하지만 눈은 자꾸 아이를 살피며 달랜다. “저녁에 할미가 초콜릿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줄게”

 

 ▶어둑해지고 온 식구들이 평상에 앉았다. 된장국 냄새와 고등어 굽는 냄새가 골목을 뒤덮는다. 오순도순하고 살뜰한 냄새다. “할머니, 초콜릿하고 아수크림은 어딨어?” 아이가 조른다. “밥 먹고 나면 줄게” 할머니가 미룬다. “냉장고에 초콜릿도 없고 아이스크림도 없던데” 속 모르는 며느리가 툭 던진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던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 지른다. “밀치닥질 그만해. 아비가 가서 사와라” 밀치닥질? 미루거나 떠넘기는 일이다. 요즘 말로 ‘밀당’ 쯤 되겠다.

 

 발뺌을 하던 할머니는 머쓱하다. “어머니랑 할 말도 있는데 저랑 사러 가시게요, 네?” 아들이 어머니의 서먹을 버물려준다. 여기까지가 지난 토요일 옆집 사는 이야기다. 밀치닥질에 버럭 소리 지르는 할아버지는 딱히 하는 일 없다. 이렇게 저렇게 두루뭉술하니 버티며 슬기 담아 사는 할머니, 제 할 일 찾아 말없이 하는 아들, 속은 없지만 배워가는 며느리, 찔통부리는 손자 그리고 그것을 몰래 훔쳐보는 나.

 

 ▶대한민국에도 제가끔 구실(역할이나 책임)이 있고 해야 할 밥값이 있다. 박근혜는 누구쯤 속하고 안철수 김한길은 누구쯤일까? 옆집에 말리는 척하는 시누이는 없다, 대한민국처럼. 그리고 우리는 몰래 훔쳐만 본다. 관음증이 깊은 사람처럼.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 서 있는가? 안철수 김한길 처럼 여론조사 해봐야 하나!!

글·그림=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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