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갔다싶으면 바로본색
그 틈에 잇속까지 챙기려니...

 ▶“산소에 풀이 사람 키도 넘게 자랐는디, 어디서 놀다가 이제야 얼굴이 벌개져서 들어와?” 옆집 할머니의 닦달이 담을 넘어 붉은 노을까지 퍼진다. “논에 농약 치고 왔잖어~” 할아버지의 말꼬리가 살짝 내려가는 걸 보니 눙치고 넘어가려는 속셈이다. “아침이면 다 뿌릴 농약을 하루 왼죙일 뿌리고 왔단 말이여, 시방?” 둘러대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외려 할머니의 마음을 긁었다. 할아버지의 능글능글은 더위에 새벽부터 일 찾아 꾸물거린 할머니의 몸까지 할퀴었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눙치는 사람 있다. 자기만 편하면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이다. 텔레비전에서까지 인생 복불복이라며 떠들어대니 이제 눙치는 일은 아주 마땅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눙치지 못하면 바보가 된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둘러대는 사람 있다. 자기만 다치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이다. 좋은 게 좋다면서 얼버무리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는 일이 자연스런 일이 되어버렸다. 되레 둘러대지 못하면 멍청이가 된다.

 ▶“산소에 풀이 사람 키도 넘게 자랐는디, 어디서 놀다가 이제야 얼굴이 벌개져서 들어와?” 옆집 할머니의 닦달이 담을 넘어 붉은 노을까지 퍼진다. “논에 농약 치고 왔잖어~” 할아버지의 말꼬리가 살짝 내려가는 걸 보니 눙치고 넘어가려는 속셈이다. “아침이면 다 뿌릴 농약을 하루 왼죙일 뿌리고 왔단 말이여, 시방?” 둘러대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외려 할머니의 마음을 긁었다. 할아버지의 능글능글은 더위에 새벽부터 일 찾아 꾸물거린 할머니의 몸까지 할퀴었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눙치는 사람 있다. 자기만 편하면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이다. 텔레비전에서까지 인생 복불복이라며 떠들어대니 이제 눙치는 일은 아주 마땅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눙치지 못하면 바보가 된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둘러대는 사람 있다. 자기만 다치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이다. 좋은 게 좋다면서 얼버무리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는 일이 자연스런 일이 되어버렸다. 되레 둘러대지 못하면 멍청이가 된다.

 

 ▶“농약 다 치고 나니께 소나기가 떨어져서 상열이네 집에 갔제” 할아버지는 슬그머니 소나기와 상열이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열이네 집 소나기는 별스럽게 쏟아져 해 떨어질 때까지 그치지 않고 왔던 모냥이네” 할아버지의 핑계에 할머니는 고갱이(핵심)를 찌르고 들어갔다. “상열이네가 호박 넣은 부침개에다 막걸리를 묵으라고 어찌나 하든지, 임자도 알잖어, 내가 애호박 좋아하는 것을” 할아버지는 눈 질끈 감고 한번 봐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어떤 일이 생기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가 본질이다. 틀림없이 까닭이 있고, 어김없이 그렇게 일한 사람이 있으며 그리고 거기서 잇속을 챙긴 사람 꼭 있다, 상식이다. 누가 본질을 모른 척 핑계를 댈까, 누가 상식을 버리고 고개를 돌릴까? 그 일이 들통 나면 큰 벌을 받을 사람들이다. 그 벌을 피하려고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면서 마치 거지처럼 사정하고, `살려주세요’라고 불쌍한 척 엄살을 떤다.

 

 ▶“그라고 좋으믄 애호박 보듬고 막걸리 덜렁거림서 살어. 집구석 기어들어오지 말고!” 할머니가 오늘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마음인가보다. “개밥은 주셨는가? 더위에 새끼 키우느라고 고생할 것인디” 할머니가 떠받드는 개한테 스리슬쩍 말을 돌린다. 할아버지의 오래된 번뜩임이다. “영감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때 되믄 척척 새끼 나서 돈 보태는 개만도 못 해” 목소리가 혼잣말처럼 작아지는 걸 보니 할머니가 넘어갔다.

 

 ▶소리를 지르면 뭔 소리냐고 생뚱맞게 쳐다보고, 화를 내면 엉뚱하게 자기 할 소리만 들이댄다. 주먹을 불끈 쥐면 윽박지르고 눈물을 흘리면 을러댄다. 도덕과 정의를 잃으면 법이란 잣대를 대거나 돈으로 꼬드긴다. 모두 일제강점기 때부터 써먹던 오래된 꼼수인데 사람들은 넘어간다, 착하니까.

 

 ▶“상열이네 둘째딸은 말이여? 이혼한다고 집에 와 있드만” 그 틈에 할아버지는 흐름을 낚아채고 평상에 담배 물고 앉아 할 일을 다 한 척 으스댄다. “으째 그라까? 즈그 언니 그라고 된지 얼매나 됐다고?” 해질녘 밭에서 낫으로 쳐온 옥수수를 까면서 할머니의 마음은 상열이네 둘째딸에게 머물렀다. “아, 글쎄, 처가에 그렇게 잘하던 둘째 사위가 바람이 났다고 하드만. 글고 보믄 평생 한 여자만 보고 사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제” 빈둥빈둥 놀고 온 일은 아궁이로 쏙 넣어버리고 할아버지는 거꾸로 떳떳해진다.

 

 ▶사람들이 넘어갔다 싶으면 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그 틈에 다른 잇속을 챙긴다. 밀양송전탑이든, 의료민영화든. 개 한 마리만 없어져도 마을사람들이 대책을 세우고, 저수지에 한 사람만 빠져도 온 마을이 나서서 건진다. 세월호 참사는 그 배를 사들이는 때부터 지금까지 잇속과 탐욕에 따라 움직인다. 거기에는 사람도 없고 마을도 없고 오직 돈만 있다. 세월호 참사? 이름이 잘못되었다. 그것은 `탐관오리떼 참사’다. 탐관오리의 우두머리는 대통령이다.

글·삽화=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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