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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63>허 그리고 헛
허섭스레기들이 하는 짓마다 헛발질
김요수
기사 게재일 : 2014-08-22 06:00:00

 ▶아버님은 국민학교 선생이었다. 왜노무스키 탈을 벗은 말로는 초등학교다. 내가 지닐총(기억력)이 생길 무렵 우리 집은 교장이 사는 관사에 얹혀살았다. 어머님은 서울에서 혼자 오신 교장의 밥과 빨래를 해주었고, 아버님은 교장의 애완동물인 벌 두 통을 치셨다.

 잠깐, 돌아가신 내 부모나 남의 부모를 말할 때는 `어머님’, `아버님’ 이렇게 쓰고, 살아계신 내 부모를 말할 때는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써야 맞다. 윗글을 보면 내 부모님은 돌아가셨단 뜻이다. 멀쩡히 살아계신 부모님께 `어머님, 아버님’ 하지 마시라. 돌아가시라고 비는 꼴이니까. `교장’처럼 `장’이 붙으면 그 말에 존대의 뜻이 들어있으니, `교장님’이나 `교장선생님’이라 부르지 마시라. 지붕 위에 지붕 얹는 꼴이니까.

 

 ▶페이스북 친구인 김지선 님이 다니는 회사는 부장이나 국장을 부를 때 `님’자를 붙이지 않고, 그냥 `네, 부장’ 이렇게 말한단다. 알만한 회사인데 상무나 전무, 사장도 그렇게 부른단다. `고객님! 지퍼님이 열리셨습니다’를 서슴없이 외치는 `호칭 인플레이션 시대’인데 원칙을 지키는 회사로 느껴진다. 후배인 태성이는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선배’라고 부른다. 아양 떠느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뭘 좀 아는 놈이다.

 

 ▶이건묵 교장은 `진지 드세요’ 그러면 `허허, 그래’, `옷 다려 놓았습니다’ 그러면 `허허, 좋군’ 그러셨다. 벌통 앞을 기웃거리는 말벌을 잡아다 놓으면 `십 리 사탕’ 열 개 값인 5원을 주시면서 `허허, 잘했다’, 바둑을 가르쳐 주시면서도 `허허, 늘었구나’ 하셨다. 짜증을 내지도 않았지만 얼굴을 붉히지도 않았다.

 어렸을 때 날적이(일기장)에는 크면 꼭 그 분을 본보기로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대목이 있다. 중학생이 되어 양림동 골목 끝 집에 살 때 다락방에 웅크리며 책을 보던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쏙 빠졌다. 남정현 작가가 쓴 `허허선생’이란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생각한 이야기와 다르지만 기가 막힌 제목을 잃어서다.

 

 ▶`허허선생’은 1970년대 밀려오는 자본과 산업화 속에서 꼼수와 착한 체로 출세를 하는 아버지와 진실한 삶으로 맞서는 아들의 이야기다.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아들의 눈으로 사람답지 못한 세상과 부조리한 현실을 마구마구 드러냈다. 가짜와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고, 잇속과 돈을 쫓아 사람을 죽이는 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 옛날 세로로 나온 범우사 문고판을 다시 보면서 서글픈 대한민국에 때아닌 눈물을 질금거렸다.

 

 ▶`허’나 `헛’은 비어 있거나 가짜에 주로 붙인다. `허깨비’나 `헛것’은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고, `헛기침’은 나오지 않는데 일부러 하는 기침이며, `헛헛하다’는 배 속이 빈 느낌을 말한다. `헛구역질’도 게우는 것은 없지만 욕지기(토할 듯 메스꺼운 느낌)하는 일이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빵빵 소리 질렀던 놈들(년들도 있지만)은 허튼소리였고, 왜노무스키와 다름없는 놈들은 허깨비와 헛것만 앞세우고, 그놈들과 맞서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놈들(년들도 있지만)은 헛기침만 하고 있으니, 헛헛한 사람들이 헛구역질만 해댄다.

 

 ▶`허’나 `헛’은 낡고 쓸데없는 짓에도 곧잘 붙인다. `허섭스레기(허접쓰레기)’는 좋은 것은 쑥 빠져나가고 남은 허름한 물건이고, `헛발질’은 빗나간 발길질이며, `헛수고’는 보람 없이 애만 쓴 것을 일컫는다.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받들겠다’는 놈들은 알고 보니 허섭스레기고, 정의와 통합을 외치던 놈들은 하는 짓마다 헛발질이어서 국민들은 아무리 땅을 파도 땅을 치며 울어야 하고, 아무리 일을 해도 헛수고만 하는 꼴이다.

 

 ▶`허~’는 어처구니없어 한숨 쉴 때 나오고, `허허~’는 엉성해서 빈틈이 있을 때나 뭉뚱그려 대충 넘어갈 때 뱉는다. 그림쟁이가 여러 사람들 보라고 그린 그림을 아무도 못 보게 곳간에 곱게(?) 접어두게 할 때 사람들은 `허~’하고, 국민(시민)들을 살펴보라는 자리를 비워두고 세금을 아낄 때(?)는 `허허~’ 그런다.

 

 ▶`헛둘헛둘’도 있다. 이는 하나둘 숫자를 세는 일인데 힘내라고 소리 맞출 때 쓴다. 후임병사를 두들겨 패서 죽이거나 성추행할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아들의 행짜 정도는 도지사 노릇을 계속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있는 모양인데 어림없는 소리다. 곳곳에 허수아비들이 어림없는 짓만 한다. 허허~참.

글·삽화=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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