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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64>어중이 그리고 떠중이
권력 잡으려고 꼼수만 파느라
국민이고 나라고 눈 밖
김요수
기사 게재일 : 2014-08-29 06:00:00

 ▶가을이 비롯한다는 입추(立秋)에서 보름쯤 지나면 처서(處暑)다. 처서가 지나 논둑을 걸으니 오래된 아랫목 찐 내 같은 벼 익는 냄새가 물큰하니 올라온다. 밭둑을 걸으니 포도 익는 단내가 눈을 두리번거리게 하고 손을 뻗게 만든다.

 손톱 사이에 포도 물이 든 걸 옷에 쓱싹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짐짓 모른 체 고개 빳빳이 들고 뒷짐 지고 노을을 본다. 본 사람이 없어도 멋쩍고, 물든 손톱 보니 죄스러움에 물든다.

 

 ▶‘처서에 장벼 패 듯’이라는 익은말(속담) 있다. 무엇이 한꺼번에 우하니 일어나거나 떠들썩해진다는 말이다.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가리 벗겨진다’는 익은말에서 보듯 엄청난 더위에 벼가 바짝 익고 훌쩍 자라나 보다. 무슨 일이든 까닭 없이 생기지는 않는다.

 ‘처서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니 이제 낫질을 그만해도 되겠다. ‘처서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니 밤 마실 나서야겠다. 겨울에 낫질할 일 없고 봄에 열매 거둘 일 없다. 무슨 일이든 그 때가 있다.

 

 ▶‘처서 앞뒤로 큰물 진다’는 말도 있다. 곡식에서 꽃이 피거나 열매가 열릴 때 장작도 아닌데 왜 ‘팬다’고 하는지, 큰물이 쏟아져 흐를 때 해도 달도 아닌데 왜 ‘진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2014년에도 어김없이 처서 앞뒤로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어렸을 때 큰물이 지면 물에 잠긴 집 지붕 위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돼지가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언제부턴가 아무리 큰비가 와도 집이 잠기거나 돼지가 떠내려가는 꼴(모습)은 보지 못했다. 물을 잘 다스렸다는 말이다. 대신에 산이 무너지거나 길이 없어지는 일이 생겼다. 물은 다스렸으나 땅(흙)과 어울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산이 나타나면 돌아가고 비켜갔는데, 지금은 산을 뚫고 가고 잘라버리고 가서 그런 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낮은 데로 흐르는 물을 따라 살았는데, 지금은 물길을 맘대로 내어 물에게 사람을 따르라 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올해는 큰물에 돼지 대신 자동차가 떠내려가고 차 다니는 길은 물길이 되었다. 아무나 물을 다스리고 아무나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자연이 보여주었다. 그런 ‘아무나’를 ‘어중이’라고 한다.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쓸모가 없고, 마음에 들지 않고 어울리지도 못하며, 탐탁지 않은 사람. 으레 ‘떠중이’를 붙여 어중이떠중이라고 부른다.

 

 ▶어중이떠중이를 다른 말로는 ‘섬 진 놈, 멱 진 놈’이라고 한다. 섬은 ‘섬거적’인데 짚으로 엮은 그릇이고, 멱은 ‘멱둥구미’라고 짚으로 엮은 섬보다 크고 둥글고 깊은 그릇이다. 멱둥구미보다 더 큰 것은 가마니다.

 뭐 하는지도 모르고 섬거적 지고 멱둥구미 지고 오는 사람을 이르겠다. 어중이떠중이란 말로 잘난 척 할 때는 ‘어두귀면지졸(魚頭鬼面之卒)’이란 말을 쓰면 된다. 물고기 대가리에 귀신 낯짝을 한 졸개란 뜻이다. 지지리 못난 사람을 일컫는다.

 

 ▶꼼수를 부려서라도 권력을 붙들면 어중이떠중이 손 비비고 조아린다. 섬 진 놈 멱 진 놈 침 흘리며 달콤하게 속삭인다. 썩은 생선에 쉬파리 끓듯 따리꾼 달라붙는다. 따리꾼은 알랑거리고 살살 꾀어내기를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력을 잡으려고 꼼수만 파느라 국민이고 나라고 눈 밖이었으니 하찮은 그들의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그러니 언저리엔 온통 ‘덕석에 참새 떼 앉듯’ 알랑방귀 뀌는 놈들로 가득 찬다. 짚으로 만든 큰 깔개는 ‘멍석’이고, 추울 때 소 등에 덮어주는 것이 ‘덕석’이다.

 

 ▶처서의 큰비가 그치고 노루 꼬리만 한 볕이 보이자 농사꾼들은 고추를 널어 말리고 깻대는 세워 말린다. 고추 널고 깻대 세우는 일은 쉬운 듯하나 오래된 슬기다. 비구름이 다가오자 널어놓은 고추를 거두고 세워둔 깻대는 우산각으로 옮긴다. 재빠르고 부지런함은 오래되어 몸에 배었다. 어중이떠중이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어중이떠중이가 살림을 하면 식구가 흩어지고, 어중이떠중이가 농사지으면 마을을 망친다. 어중이떠중이가 나랏일을 맡으면 국민이 죽고 국민이 죽어간다.

글·삽화=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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