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나지 않으려면 `쿨’하게

▲ 대구 방천시장도 서서히 자본이 잠식해 오고 있다.

 침체된 도심의 공간에 싼 임대료와 사용료를 활용해 창작을 하거나 자생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몸부림이 들어오고 이를 지지하는 응원단 혹은 활용자들이 붐비게 되면 자본은 이를 놓칠 이유가 없다. 이미 인사동에서 대학로에서 홍대에서 성수동에서 겪은 일은 이제 방향을 남남진하여 한해 600만 명이 찾아온다는 전주한옥마을에 고착되고, 대구 방촌시장에서 저런 모습으로 어색한 듯 스며들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도시 정체 지역에 비교적 물질이 풍부한 사람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이라고도 하는 이 낯선 용어가 여기저기서 변형된 모습으로 곡소리를 울리게 할 것인데 여기 방책 없이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 경험한 것을 또 되풀이 하는 것도 힘없는 이들의 설움으로 그냥 치부해 둬야 하는가? 경험해 보니 그랬다. 그럴 줄 알고 있지만 힘 약하고 순정한 이들은 어느 곳에서 일이 이뤄지면 그저 부러워하거나 시샘하거나 편승하거나 고춧가루 뿌리는 것에 익숙할 뿐 그 근원까지 다가서서 단합된 힘으로 종기를 뽑아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막연히 말씀 몇 마디 던진 것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듯 하면서 뒷짐 지고 손에 흙 묻힐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선수이고 선배다. 결국 밀려나는 것이다.

 

 경험 되풀이하는 힘없는 이들 설움

 

 어떤 선배가 내가 대인시장프로젝트 총감독으로 일하며 힘들어할 때 “돈 1000원과 너를 두고 니 현장에 있는 사람이 택할 것은 1000원이지 니가 아니야. 착각하지마!”라는 말을 했을 때 받았던 충격 여전하다. 그럼에도 현장에 있다면 극복해야 한다. 광주에서는 대인시장이 그렇고, 예술의 거리가 그렇고, 동명동이 그렇고, 이제 걸음마를 뗀 발산마을도 이에 포함된다. 기획자의 힘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의 소유주와 실 사용자와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에 공신력이 따라야 하며, 기간과 비용을 특정해야 한다.

 부산에서 `또따또가 창작공간’과 같은 경우가 몇 년간의 합의 속에서 이제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걸음으로 나가는 것은 그만큼 침체되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가올 가치상승에 대비해서 건물주와 협의하고 이해하는 통로를 거쳤기 때문이고, 입주한 작가들도 이미 그날이 올 것에 대비해 스스로 자생적 통로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그곳도 진행형이긴 하지만. 행정이 나서서 게토화된 지역의 공간을 구입하고 그곳을 예술가들에게 임대해 주며 창작활동을 지원해 준다면 퍽이나 다행이지만 아직 그런 곳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곳저곳이 도시재생·공공미술·마을 만들기·전통시장 활성화 등으로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근원적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점을 안고 간다면 일순간 사람들로 북적대다가 지원금 끊기면 끝나는 사업으로 `쫑’ 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아닌가.

 한데 다들 너무 길들여져 있다. 2000년대 초반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조성, 아트 인 시티, 문전성시 사업 등으로 생각보다 많은 돈이 지역의 문화판으로 들어왔고, 그것을 종잣돈으로 활용하여 지역문화의 한 궤적을 만든 곳도 있지만 그저 소모되거나 지역 내 패권 다툼의 장으로 황망하게 소멸된 곳도 많다. 그 돈의 대부분이 하드웨어를 구축하는데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탓이다. 공공부분에서 투여된 공적자금이 재생이나 활성화를 위한 근원적 해결책인 인프라 특히 공간을 확보하는 곳에 재원을 들이지 못하는 답답한 한계는, 한다면 민간 영역에서라도 사회적 합의와 신탁운동 등을 통해 안정적 사업환경과 신뢰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현 사회는 이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순간순간 테잎 절단식이나 개소식이나 이벤트 개장에 환호할 뿐이다. 이러다간 갈수록 문화활동가와 예술가들의 수명이 단축되고 소모되며, 싸움판으로 변질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공적자금 하드웨어 구축 사용 못하는 한계

 

 전국 15개 지역에 건립된다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대구에 들렀더니 삼성이 대구지역 담당이나 보다. 이들의 창조경제 사업을 들여다보며 마지막 사업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끼 많은 창의인재 육성과 초대’라는 사업. 지금 지역 현장에는 스스로 끼 많고 창의적인 친구들이 넘쳐날 터인데 세상에 입봉도 못하고 있고 올드보이들이 아직도 차지하지 못한 밥그릇 때문에 그들끼리 얼마나 보이지 않는 쟁투를 하고 있던가. 뭐 그런 생각도 인다.

 대구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십 몇 층에서 창조인력의 입주공간인 쉐어 오피스를 보니 너무나 쿨했다. 마치 서울시 청년허브의 무중력 지대가 그랬듯 오픈 스페이스에 열 몇 팀이 입주하여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변의 조언을 녹여낸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모두가 칸막이를 막으려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삼성이 오픈 소스와 콜라보와 공유 사무실을 권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광주에서 그런 모습이라도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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