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이, `누구’인가?

 국립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광주에서 살면서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이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에 관한 얘기를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익숙한 국립이지만 그럼에도 몸에 맞을지 않을지는 쉽게 단정 짓지 못하겠다. 국비 지원과 국비에 걸맞는 국가직 공무원들의 영토로 금남로 한복판이 어떤 조차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서천의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식물과 동물들이 잠을 깬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곳으로 지난 2013년 12월28일 문을 열었다고 한다. 사실 몰랐다. 내 동네에서 이뤄지는 일에만 온통 신경이 곤두섰을 뿐, 타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개관 1년 만에 100만 명이 다녀갔다는 그야말로 신기원을 기록하는 곳이었다.

 함께 간 딸내미는 생태원의 방문자센터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취득한다. 당일 생태원 내에서 동물과 식물을 찾는 4가지 미션을 수행하면 선물을 준다는 것에 신이나 있었다. 야외 공간과 실내 공간으로 배분된 그곳에서 우리들은 15분 정도를 걸어 에코리움이라는 본 건물에 진입할 참이었다. 습지로 동적 공간과 정적 공간 사이를 구분하고 있는 곳에서 마침내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어린이 놀이터가 아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개구리가 곤충을 잡을 때 내놓는 혀를 응용하여 만든 미끄럼틀, 벌집 모양, 거미줄 모양, 다람쥐 모양 등 각양각색의 동물을 응용한 놀이터는 생태원을 방문하는 모든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노는 아이를 달래 실내 공간으로 진입했다. 환상의 곡선을 투영하여 만든 외관의 수려함 안으로 들어서니 널찍한 로비가 나온다. 천장에는 나무로 만든 동물들의 모형이 즐비하고 이곳이 동물과 식물, 지구 환경의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현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게 했다. 한쪽에는 아이들에게 생태지식을 읽힐 수 있는 열린 도서관과 생태 체험관이 있다. 이 건물의 주 이용대상인 어린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이제 전시관을 들어선다. 지구상의 기후대와 생물상을 총괄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생태교양을 익힐 수 있는 전시실이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이제 차분하게 각 기후대를 상징하는 생물들과 만날 수 있는 전시관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의 걸음이 특히나 어린이들의 걸음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열대관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열대어들을 감상하는 멈춰진 행렬들. 자연스럽게 어른들은 카메라를 들이민다. 겨우겨우 한걸음 나아가니 지중해의 생태가 나타나고 이어서 온대관과 극지관으로 이어진다. 극지관에서는 남극과 북극, 툰드라와 사바나의 차이도 알게 하고, 사막관에서는 깊슨사막, 마다카스카르사막, 모하비사막 등 다양한 사막의 식생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지형 중에 특수성을 지닌 제주의 곶자왈도 이식해 놓았다.

 잠시 개방된 야외로 가니 그렇게 만나기 어려운 수달이 물속에서 자맥질을 하고 있다. 조류관에는 독수리와 수리가 날개짓을 하고 있고, 다시 극지관에는 펭귄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생태원의 속살이 아니라 겉만 보는 데도 세 시간이 걸린다.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길과 호기심과 탐구심을 유도하는 장치도 아닌데, 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의 배치가 아이들의 발걸음을 잡아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을 하면 한해 165만 명을 예측하고 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가운데 5개원이 중심이 되어 콘텐츠를 바지런히 축적하고 개관 전시와 공연, 창작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왠지 불안하다. 전당은 준비하는 이들만의 호불호에 의한 콘텐츠일까? 연구자들을 위한 콘텐츠일까? 방문자들을 위한 콘텐츠일까? 아시아 각국 문화행동가를 위한 콘텐츠일까?

 대저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여 동안 거친 고함소리들 난무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면서 전당에 대한 관심도 잦아들었다. 국립생태원에서 생각한다. 가장 주요한 고객이 누구여야 하는지 그들을 위해 전당과 광주가, 그리고 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골머리가 아파온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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