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우발사고에 당서기 아들이 죽었는데…

 2035년 1월20일,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각. 제주서부경찰서 연동지구대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외사과로 살인 사건 하나가 접수되었다. 외사과 형사들이 급하게 현장으로 출동했다.

 “젠장,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네. 한국 놈하고 중국 놈하고 붙었다는 것도 골치 아픈데, 하필 중국 놈이 죽은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반장님. 최근 몇 년 동안 살인사건은 없었는데요.”

 “중국 측에서 잘 넘어가 줘야 할 텐데 말이야.”

 “그간의 일도 있고 하니, 장화평 주임하고 잘 얘기해 봐야지요.”

 사건 현장인 유명 룸싸롱 입구에 도착한 외사과 반미력(半彌勒) 반장과 동료 형사들은 자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전의 사건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맞닥뜨렸다. 이전에도 한국인과 중국인이 연루된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큰 사건이 아니었고 양측이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선에서 처리되고는 했다.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마찰에서 어느 한쪽이 사망하는 정도의 강력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사건 현장에는 평소 사건 현장에서 만났던 중국대사관의 장화평(長和平) 주임 등 관계자들 외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인물이 한 사람 보였다. 그 때문인지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전과는 달리 몹시 긴장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한눈에도 새로운 인물이 장화평 주임보다도 상당히 어리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구매력 높은 중국인들 제주 상권 장악

 장화평 주임은 반미력(半彌勒) 반장에게 눈인사만 하고 곧바로 그 인물을 보좌하는 일에 집중했다.

 “말로만 듣던, 그 고위층 인물 아니야?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다는….”

 “그런 것 같지요. 반장님. 장화평 주임도 바짝 얼어있는데요.”

 20여 년 전만 해도 제주지방경찰청에 `외사과’라는 부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21년 전인 2014년부터 중국인의 제주도 영주가 가시화되면서 그 후 2025년 쯤 외사과가 생겼다.

 중국인들은 2014년부터 투자 이민의 형태로 제주도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었다. 이미 그해에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땅을 사들였다. 2014년 원희룡 지사가 취임하면서, 중국인들의 제주도 내 부동산 매입과 그에 따른 제주도의 난개발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 후 어느 정도 진정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사두었던 부동산의 개발을 억제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2010년 2월, 국토부가 제주도의 부동산 투자이민을 시행했을 당시는 이런 저런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제주도에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은 중국인 중에서도 상류층에 속했다.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최고위 권력층과도 상당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중국인 특유의 `관시’문화는 제주도 내에서 중국인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제주도의 상권도 중국인들의 영향에 의해 급속히 재편되었다. 제주도의 전체 인구 중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들은 통계상의 비율을 무색하게 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제주도 경제에 미치기 시작했다. 내지인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 전체를 압도하는 구매력을 통해 중국인들은 제주도 상권을 장악했다.

 처음에는 중국인들이 높은 구매력으로 제주도 경제에 단순하게 기여했지만, 점차 제주도의 상권을 매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상권을 독자적으로 창출해가면서 그들만의 경제권이 생겨났다. 활성화된 제주도 경제가 과연 누구에게 유리한 지도 이제는 분간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 정부 요청으로 제주도에 공안 파견

 중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범죄를 대처하는 데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영주권을 가진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기 여행자와 영주민들과 연결된 이들의 방문도 급증했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졌다. 결국, 한국 정부 측에서는 중국 측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중국 영사 소속으로 중국의 공안이 제주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1세기 훨씬 이전에 있었던 일본에 의한 한반도 진출이라는 악몽을 떠올리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제주도뿐만 아니라 중국이 한국 경제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중국인 범죄 문제를 잘못 처리했다가는 양국 간의 심각한 갈등요소로 자리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요구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물론 제주도에 파견된 중국 공안은 양국의 협정 하에 중국인들 간의 문제만 전담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중국인과 한국인이 연루된 사건·사고의 경우였다. 자국민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양측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늘 갈등 요소를 품고 있었다. 사건·사고의 처리가 누적되면서 양국 경찰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협상의 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차피 외교문제화 될 정도로 키워봐야 담당자들만 죽어나리라는 셈법에 중국 공안과 제주 경찰들 사이에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건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사망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접대를 하던 한국 여성을 심하게 다루었고, 이를 만류하던 종업원과 밀고 당기던 중 뒤로 넘어지며 탁자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그것이 사망 원인이 되고 말았다. 반미력 반장과 형사들은 한편으로 안도를 했다. 치고받고 싸운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이다. 정황이 이렇다면 중국 측에서도 그리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잠시 후 반미력 반장과 부하 형사는 장화평 주임과 사건을 협의하게 되었다. 장화평 주임과 얘기를 나누던 반미력 반장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사망자가 상하이 당서기의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염병할…”

 반미력 반장은 그 말을 터뜨릴 뻔 했다. 장화평 주임의 얼굴에도 난감한 기운이 역력했다. 반 반장은 장화평 주임에게 말을 하고, 경찰서장에게 사건의 경위와 사망자가 누구인지를 보고했다. 경찰서장도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이제 중국 측의 태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 반장은 서장에게 보고는 했지만 별다른 지시도 받지 못하고 돌아섰다. 장화평 주임은 예의 그 비밀스런 인물과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끝낸 장화평 주임이 반 반장 일행에게 다가왔다.

 

 “다행입니다. 조용히 처리하랍니다”

 “다행입니다. 조용히 처리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다만, 기자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해서 시끄럽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나갈 수는 있겠습니다만, 사망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미력 반장과 동료형사들은 갑작스런 반전에 당황했다. 반 반장은 중국 측의 요구를 즉각 경찰서장에게 보고했다. 사건 현장도 곧 수습이 되었다.

 “웬일일까요?”

 “집히는 것이 있네. 아마도 현재 상하이 당서기가 현 집권 세력의 최대 견제 인물 중 하나라는 것 때문인 듯하네. 그에게는 이 사건이 불거지는 것이 결코 이득이 아니거든. 그런데… 김 경위, 오늘 같은 사건이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일어나겠지요.”

 “역사는 되풀이 된다.… ”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낯선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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