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후끈, 척추가 발끈
삭힌 맛이 저미여 온다

 ‘홍어집 가세’는 중외공원과 전남대학교를 사이에 두고 용봉지구 먹자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한길에서 접어드는 골목이 규격화되어, 길눈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다소 발품을 들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생경스럽게 보이는 표지판은 홍어를 심도 있게 취급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저거, 우리 귀한 손주 딸이여, 다 아들이지, 딸이 없어, 내도 외딸이라”

 “간은 맞소? 어제 술먹은 부기가 싹 가시지라, 쓰것소 인자, 하하하…”

 손님을 대하는 쥔장의 웃음소리가 호쾌하다. 짤막한 허우대, 부리부리한 눈망울,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움직임이 조신하고 손놀림이 빈틈이 없다. 지난 시절, 야무진 목대잡이를 했을 인상이다. 손주 딸의 재롱에 간간히 내비치는 눈웃음은 여유와 서늘함이 교차하고 있다. 단골로 보이는 한 무리가 두리반을 사이에 두고 답답한 속내를 풀어내고 있었다.

 홍어앳국 치레로 먼저, 얍삽하고 미끈한 풋고추를 한입 베어 물었다. 물렁하고 부드러운 맛이 아주 맵지는 않다. 시원한 열무김치 국물을 한 숟가락 넣었다. 턱밑에서 인중으로 스멀스멀하고 고리고리한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수저를 들어 뚝배기의 가장자리를 따라 국물을 떴다. 목구멍이 후끈 달아오르고. 척추가 발끈하고 섰다. 체증이 입과 코와 눈으로 빠져 나간다. 손이 저절로 밥그릇으로 향한다. 밥 알갱이들을 내장 깊숙한 곳까지 골고루 섞은 다음, 빈 밥그릇에 냉수를 채웠다. 짐짓 모르쇠로 좌정하고 있는 밴댕이젓을 입안 구석으로 몰고, 곡주 한 사발을 들이켰다.

 어흑어흑, 아흐아흐, 후~흡, 목청 굵은 남정네의 취임새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삭힌 맛이 저미여 오면 열무김치로 녹이고, 들숨으로 지릿하니 파김치를 입에 물었다. 애덩어리를 한 움큼 담고, 깍두기를 아귀아귀 씹었다. 앳국 한 숟가락에 땀이 송송, 냉수 한 모금…. 땀으로 흥건한 면면이 후끈하고 달아오른다. 큼직한 물수건이 점차 앳국으로 물들어 간다. 사람 사는 세상,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의 정취, 세상 이치가 또 그렇게 흘러가는 구나. 온 몸이 욱신거리고, 으슬으슬해지면 찾게 되는 음식, 성큼 찾아온 찬기운의 반가움과 지난 서러움을 홍어앳국으로 달랜다.

 “수고혔네, 진짜배기 홍어 맛이지, 이담에도 한 치 망설이지 말고 들이 닥치게나” 뒤돌아서니 뒤통수에 쥔장의 속말이 전해진다.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 앳국으로 단장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차림 : 애국 8,000원, 삼합회·찜/회무침(소 4만 원, 중 5만 원, 대 6만 원) 톳전 15,000원, 청국장 10,000원

▶주소 : 광주 북구 설죽로 217번길 37-1(북구 용봉동 1149-37)

▶연락처 : 062-527-6032

글·사진=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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