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때 뜨끈한 국수 한그릇

 언제부터 식당을 하셨는지, 어떤 재료와 양념을 사용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냥 물어보지 않아도 음식을 먹어보니 딱 알겠다. 면을 잘 삶는구나. 좋은 재료를 썼구나, 음식 솜씨가 있구나, 양념에 비법이 있구나 하고.

 바람이 몹시 불던 날, 국수집 앞을 지나가는데, 저 곳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35년 전통 수유리 우동집”. 깔끔하고 따뜻해 보였다. 비빔국수와 잔치국수와 갈비만두를 주문했다. 비빔국수를 한 입 먹는 순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양념비율을 잘 맞출 수가 있는 거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 달콤한 맛, 새콤한 맛, 예민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매운맛이 한데 섞여 있는데, 그 섞임의 미학이 남달랐다. 비빔 양념이 자극적이지도 않고 한 곳에 치우치지도 않으면서 이처럼 조화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국수가 조금이라도 덜 익으면 생밀가루 맛이 나게 마련인데 여기 면발은 푹 삶은 것 같으면서도 쫄깃함을 살아있다. 그러니까 국수를 삶을 때, 쫄깃함을 유지하는 시간과 쫄깃함이 사라지는 그 분계점의 찰나를 잘 포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수유리 우동집은 가맹점이다. 다른 가맹점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비닐만 까서 데워주는 식이 아니라 재료 구입, 국수삶기, 육수내리기를 각 매장마다 직접 해야 하는 가맹점이라는 것이다. 본사에서 모든 비법은 기술로 전수하고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본양념 뿐이란다. 그러니까 김치도 직접 담그고 면 반죽이나 뽑기도 직접 해야 한다니 주인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가맹점이다. 전국에 같은 이름을 가진 우동집이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 다른 곳도 여기와 똑같은 맛일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찾아갔는데, 먹을 때마다 비빔국수의 황금비율은 깨지지 않았다. 비빔국수를 양념까지 다 해치우고 나서 속으로 생각했다. 광주에서 유명한 비빔냉면집보다 여기가 더 맛있는 걸. 물론 내 입맛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이 분명한, 선해 보이는 주인부부에게 절로 인사가 나왔다. 자알 먹었습니다. 또 올게요.

 잔치국수는 고명에 영양소의 균형을 담았다. 얼큰우동은 매운고추가 들어가 있어 말 그대로 얼~큰하다. 자극적인 얼큰함이 아니라 시원한 얼큰함이어서 한그릇 먹는 동안 땀을 조금 흘리고 나면 속도 몸도 개운해진다. 열무국수는 시원하면서 짜지 않고 자장면은 재료를 큼직하게 썰어 집에서 만들어 먹는 맛이 난다. 갈비만두는 다른 재료 없이 고기만으로 속을 꽉 채워서 아이들 인기 품목 1위다. 김밥은 순하고 우동은 깔끔하다.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품목은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란다. 하지만 모든 메뉴가 일정 수준의 맛을 유지하고 있으니 어떤 것을 골라도 크게 후회할 일은 없다. 주말엔 손님이 많아서 자리가 부족할 때도 있다. 아침 9시부터 먹을 수 있고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싸늘한 가을바람에 허한 속을 달래고 싶다면, 수유리 우동집에서 국수 한그릇 땡기고 가시길.

 ▶차림표 : 얼큰우동 4500원, 잔치국수 4500원, 비빔국수 4500원, 열무국수 5000원, 수유김밥 2500원, 갈비만두 3000원, 우동 4000원, 짜장 4000원.

 ▶주 소 : 광주시 남구 봉선동107 쌍용아파트 상가 105호, 쌍용사거리에서 쌍용아파트 가는 길 중간.

 ▶전 화 : 062-655-2157.

 ▶영업시간 : 월~토 아침 9시~밤10시, 일요일 휴무.

 ▶기 타 : 화장실, 상가 화장실 이용. 주차공간 없음(주변 길가나 상가 이용).

김옥희 <광주시교육청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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