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조작된 진실

 - 2011년 / 미국 / 15세 이상 관람 가 / 107분 / 감독 : J.C. 챈더 / 출연 : 케빈 스페이시(샘 역), 제레미 아이언스(톨드 회장 역), 폴 베타니(윌 역)

 

 해고 통보를 받은 리스크관리팀장 에릭은 피터에게 USB를 건네며 조심하라고 말하고 회사를 떠난다. 피터는 에릭이 준 자료를 살펴보다가 동료 세스와 팀장 윌에게 위급상황임을 알린다.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패턴들에 문제가 생겼고, 손실액은 회사 자산 가치를 넘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긴급회의가 열리고, 샘의 상사 자레드는 회장에게 사실을 알린다. 회장이 도착하고, 위험상황에 대한 피터의 설명에 대해 회장은 답을 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 내가 왜 고액의 임금을 받는지 말이야. 그 이유는 단 하나, 단 한 가지 때문이지. 그 음악이 1주, 1달, 1년 동안 어떻게 진행될지 듣기 위해서지.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야. 그게 다네. 그것 말고는 없어. (…) 자, 이제 우리는 음악이 멈춘 걸 알았네. 어떻게 할 셈인가?”

 매도는 시장의 신뢰와 시장에 줄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샘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회장은 현재가격으로 기존 고객들에게 매도할 것을 지시한다.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윌은 회사의 복귀 요청을 에릭에게 전하지만 거절한다. 돌아오는 길에 세스는 자신이 해고될 것이냐고 묻는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할 거라면 널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는 것을 알아 둬. 사람들은 형편에 안 맞는 차도 갖고 큰 집도 갖고 싶어 하지. 그래서 자네가 필요하지. 그 사람들이 왕 같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저울을 우리가 눌러주기 때문이야. 손을 떼면, 그 땐 순식간에 세상이 공평해지고 왜 그런지 묻는 사람도 없고 들을 사람도 없지. 그들은 우리한테 그런 걸 바라면서, 마치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는 것처럼 순결한 척 하겠지. (…) 평범한 사람들을 엿 먹이는 거지.”

 샘은 경영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과에 따라 개인당 수백 만 달러의 보너스가 지급될 것이라며 매도를 지시한다. 판매가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은 내려가지만 마감 4시는 다가온다. 판매는 성공적이었지만, 마감이 되자마자 자레드는 해고 작업을 시작한다. 화가 난 샘은 식당에 있는 회장을 만나 그만두겠다고 하지만 회장은 만류한다.

 “언제부터 죄책감을 느꼈나? (…) 이게 다 돈 때문이네. 자네는 거의 40년 동안 매일 이 짓을 해 왔어. (…) 잘못된 게 아니네. 늘 그랬듯이 지금도 변함이 없지. 계속 반복되어 봤자 목적은 똑같아. (…) 자네와 나는 통제하고, 멈추고, 느려지게도 하고 슬그머니 바꾸려고도 하지. 우린 그냥 반응하는 거네. 그게 맞으면 많이 벌기도 하는 거지. 잘못 짚으면 길 한쪽에 버려질 수도 있지. (…) 어쩌면 예를들만한 것들은 예전보다 많아졌겠지만 양쪽의 비율은 언제나 똑같네.”

 2010년 5월 6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5분 만에 1000포인트 급락했다. ‘Flash Crash(번쩍 붕괴)’로 알려진 이 주가 폭락 사건에서 1조 달러 가까운 부가 자취를 감추었다. 초고속 매매·기술 결함 등 여러 설명이 제시되었으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금융기업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은 완전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도 그렇지만, 패턴의 세상 속에는 언제나 상대에게서 이익을 뽑아내려는 무수한 적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파국도, 완전한 승리도 그래서 가능하지 않다.

 영화는 이익을 위해 인간이 얼마나 비열해지고, 선의의 신념으로 위장할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모습들은 극단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일회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회적이지도 않고 그리 극단적이지도 않다. 다만 크기가 다를 뿐이다. 현대문명 속 어디에 있든 우리는 아주 유사한 상황 속에서 영화 속 인물들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톨드 회장이 말하는 더 많아진 사례들 속에 들어 있을 뿐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필요를 생산하고 그것을 또 다른 필요로 바꾸며 사는 삶으로 부터 시작했다. 이익에 대한 탐욕이 오늘날의 거대 금융세계를 만들어 냈고, 상대를 속여 먹어치우려는 파생상품과 패턴을 만들어냈다. 돌이키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에는 영향권이 전 지구적일 정도로 커졌고, 너무 많은 삶들이 얽혀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빠져나오기에는 너무 큰 지옥이다.

 한국에는 3개의 이동통신사가 있다. 세 회사의 작년도 순익은 비슷했다. 그러나 직원 수는 달랐다. 한 증권사 자료를 보면 S사는 4140명, L사는 7299명, K사는 2만3624명이다. 이익이 최고의 선인 세상에서, 어느 회사 경영진들과 주주들이 가장 흡족할 것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는 그 흡족한 상황이 선(善)일 것이다.

 생각을 해본다. 한 밭에서 100명을 먹여 살릴 곡물을 길러 낼 수 있을 때 10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이 나은지, 10명이 일을 하는 것이 나은 지를. 나머지 90명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도.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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