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 닿은 밥 알갱이를 터뜨리자…

 하얀 밥 알갱이들이 곧추선 곱돌솥 안에는 계란 노른자위를 중심으로 잣·밤·표고·은행·검정콩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콩나물, 겉절이 무침, 짭조름한 토하젓과 시크무레한 싱건지가 한 상으로 차려진다.

 두암타운 사거리에서 밤실로를 따라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오른편에 오얏리 돌솥밥집이 있다. 도로의 양 옆으로 조그만 식당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다. 이곳은 먹자골목에서 나름대로 손님들이 꽤나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차를 안내받고, 반가운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종업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계림동 ‘스마트문화전파사’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전 사장은 핸드폰을 붙들고 여기저기 걸려오는 전화를 능숙하게 응대하면서 곱돌솥 안의 계란 노른자위를 숟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이내 쑥하고 식칼로 무 자르듯 무질러놓는다. 노랗게 물든 밥알이 푸르스름한 입술에 닿았다. 혀에 닿은 밥 알갱이를 터뜨리자 이즈음 머릿속 잡스런 생각들이 훈훈하게 입담으로 전해진다.

 돌솥밥을 덜어내고,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고, 옹배기형 스댕그릇으로 밥을 옮겨 야채류를 담고 양념간장으로 간을 맞춰 비벼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는 짭조름한 토하젓으로 혓바닥을 데워 시원한 맥주로 담금질을 해대면서 슬금슬금 밥을 축내다가 적당히 비비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벼먹는 것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것으로 꼬들꼬들한 영양 쌀밥에 푸성귀를 안주삼아 된장과 고추장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다.

 “ 뭐니 뭐니 해도 토하젓이지, 얼마 전 낚시를 갔는데, 새벽녘 입질도 션찮고, 출출하던 판이라 살림망에 채집된 토실토실한 토하를 한움큼 냄비 속으로 투척해서 라면을 먹고 잠깐 잠이 들었지. 구름발치에서 대갈통만한 붕어가 점점 지척으로 다가오는데, 순간 꺽 하고 숨이 멎어 벌떡 일어섰지. 그런데 말이지,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거야, 시커먼 담비가 붕어를 낚아채서 ‘토하토하’ 하면서 멀어져 가는 것을, 내 이 시뻘건 두 눈으로 목도 했다는 것 아니겄써?”

 “ 아이고, 사장님 우물가에서 숭늉 찾지 말고, 언능 숭늉이나 드시요”

 “ 먼 소리여 시방, 내 이 두 눈을 바 봐, 이 서글픈 두 눈을 말이여. 아줌마, 여기 토하젓 한 종지만 더 주소.”

 왼손으로 비비건 오른손으로 비비건 상관없다. 비비는 순서와 먹는 방식 또한 제 각각이다. 푸성귀를 무작정 쓸어 담아 우걱우걱 먹는 것은 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노란 햇병아리가 둥그런 보름달이 되어 밥 알갱이 속으로 달달거리며 잦아드는 노른자위를 어르기도 하고, 토하젓의 야생 숨결을 두 간격으로 호흡하며, 얼얼한 배추김치 속내와 고추의 매콤한 맛을 기억해야 한다. ‘스마트문화전파사’ 청춘들의 빈한한 삶을 예찬하면서 오얏리 돌솥밥의 훈훈한 온기가 모두의 가슴에 스며드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 차림 : 오얏리돌솥밥 8,000원, 표고볶음 15,000원, 표고전골 20,000원

▶ 주소 : 광주 북구 두암동 285-20(두암타운 사거리)

▶연락처 : 062)267-8500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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