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희망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 1984 / 251분 / 청소년관람불가 / 감독 : 세르지오 레오네 / 출연 : 로버트 드 니로(누들스 역), 제임스 우즈(맥스 역), 제니퍼 코넬리(어린 데보라 역), 엘리자베스 맥고번(데보라 역), 조 페시(프랭키 역)

 

 영화가 4시간이 넘을 정도로 길기도 하고, 갱들의 삶이 미사여구로 치장할 것도 아니기에 줄거리는 최대한 간략하게 적는다. 영화는 회고담 형식으로 시작한다. 1921년, 좀도둑질로 뒷골목 생활을 시작한 누들스는 맥스를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밀수품 운반으로 돈을 번다. 누들스 일당에게서 위협을 느낀 벅시는 누들스의 친구 도미닉을 죽이고, 분노한 누들스는 벅시를 보복 살해한다. 1932년, 출소한 누들스는 어린 시절 첫사랑 데보라와 밀주사업으로 성공한 맥스를 다시 만나지만, 금주법 철폐로 밀주사업도 위기를 맞는다. 맥스는 연방준비은행을 털 것을 제안하지만 누들스는 거절한다. 우여곡절의 사건 속에서 누들스는 맥스와도 데보라와도 헤어진다. 세월이 흐르고, 1968년, 베일리재단 파티에 초대받은 누들스는 재단 창립 기념사진 속에서 데보라를 발견한다. 누들스는 데보라를 만나 자신을 초대한 베일리 장관에 대해 묻지만 데보라는 그를 찾지 말라고 경고한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누들스는 의문의 베일리 장관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옛 친구를 만난다.

 한국에도 조폭을 다룬 영화가 무수하다. 분명 삶의 한 양식이지만, 미화할 대상은 아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통해 사회의, 인간의 모습을 읽는 것에 무게를 둘 뿐이다.

 미국 마피아는 구성원들의 출신에 변화가 있었다. 미국 갱단의 첫 주역은 유대인들이었다. 유대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중산층을 형성해 가면서 유대인들은 갱단에서 주도권을 잃고 사라져 갔다. 뒤를 이은 것은 아일랜드계 출신들이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은 아일랜드계 갱단들의 이야기다. 아일랜드계도 점차 중산층으로 성장하며 자리를 아탈리아계에게 내준다. 이탈리아계는 그 후 오랫동안 뒷골목을 지배한다. ‘대부 God Father’가 이탈리아 갱들을 그린 영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탈리아계도 자리를 내준다. 그 자리는 흑인들과 멕시코 등 중남미계가 차지했다. 그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미국으로의 이민은 세계 각지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그 이민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은 아니다. 유대인들은 어디서든 박해를 당했다. 그들은 세계 각처에서 시기를 가리지 않고 미국으로 흘러들었다. 아일랜드인의 이민은 아일랜드에 치명적인 감자병이 돌고 난 후에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2005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아일랜드의 리강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 ‘코크’가 선정되었다. 3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인들이 이 항구에서 영국의 식민 통치와 굶주림을 피해 미국으로 떠났다. 타이타닉호도 이 항구에서 떠났다. 가장 최근에는 중남미계가 미국으로 이민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각 민족들의 미국 이민은 시기가 다 다르다.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서 곧바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당연히 사회 빈민층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갱단 자원이 넘쳐 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사회에 자리를 잡고 나면 갱단에 들어갈 이유도 그럴 자원도 사라지게 된다. 미국 갱단을 주도한 민족적 변천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다. 흑인 갱단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흑인들이 미국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계급에 연유한다. 유대인, 아일랜드인, 이탈리아 모두 서로 다른 시기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들 모두 초기에는 미국사회의 주류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백인이었다. 그들은 백인이란 사실만으로도 미국 사회의 주류층으로 성장해 갔다. 그러나 흑인들은 아니었다. 라틴계도 미국사회의 주류층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영화를 폭력에 맞추어 보게 되면, 놓치는 것이 많을 것이다. 조폭계도 사회구성체의 한 부분이다.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부정적 측면의 모습이니 더 성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화를 해서는 안 되는 것도 그래서다.

 길이 있다면 누구라도 사회 주류층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누들스, 맥스, 데보라 모두 욕망의 실현을 통해 뉴욕의 뒷골목을 벗어나려 한다. 그 첫 시작이 갱단이었을 뿐이다. 그것을 잘못된 희망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가난한 이민자의 자식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성장을 하면서 길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갈망하지만 누구는 다른 길을 택하지 않고 갱단 두목을, 누구는 다른 길을 원했다. 그래서 누들스와 맥스는 서로를 겨누게 된다.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야기 한다. 미국이라고 특별할까. 모든 땅에 사람이 있고 꿈의 실현이 있을 뿐이다. 미화는 필요 없다. 미화되어야하는 삶이 있다면 그 대상은 전부 아니면 전무다.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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