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리, 안맵고 안달고 꼬습고…

 최근 두암동으로 작업실을 옮긴 박 작가를 만났다. 늘 그랬듯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한 동안은 먹는 일이 본업이고, 여타의 일은 잠시 접어두기 마련이다.

 “은자 씨, 만나러 가세”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앞장을 선다. 밖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경사진 내리막길에서 그의 몸이 으쓱으쓱 움직인다. 두암지구 입구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두암타운 사거리 방향으로 잠시 오르고, 왼쪽 골목으로 접어드니 사람 사는 집들과 나란히 은자네 식당이 보인다.

 주방이 오픈되어 있고, 작은 방이 딸려 있으며, 대여섯 개의 테이블이 놓여있는 선술집이다. 손님맞이에 부산스러운 쥔장이 곁눈질로 눈인사를 보낸다. 작은 체구에 소박하고 무던한 얼굴, 손끝깨나 매운 바지런한 인상이다.

 “막걸리 드실라요?”

 “예, 코다리찜이랑 같이 내주쇼.”

 “이 집 코다리는 말이시, 안맵고 안달지, 꼬습고 담박혀서 술안주로 그만이여.”

 의연하게 산화한 코다리와 콩나물 한 무더기, 군데군데 뿌려진 깨와 청양고추가 복어모양의 생선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적당하게 간이 배인 두툼한 속살이 술술 넘어가는 소리에 보들보들 무너진다. 막걸리 한 주전자가 동이 날 무렵, 도란도란 얘깃소리가 한소끔 왁자하게 들린다.

 “광주에서도 이 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겨.”

 “씨알도 안 먹힐 소리, 그 밥에 그 나물이여, 기대 허덜 말어.”

 “아제는 요즘 TV도 안보요, 새로운 인물들이 나오고, 국민과 더불어 정의로운 새 나라를 만들라고 다들 열심히들 허요 안. 무관심해서 요 모양이란 말이요. 우리 동네에서 시방 누가 나온 지나 아요?”

 “허~허, 술 맛 떨어지게 시리, 그 값비싼 소주나 한 잔 따라 봐라.”

 주방에서 성큼 내려와 생선찜을 발라주는 맘씨 좋은 은자씨는 짐짓 무심한 표정이다. 나물 무치는 소리, 황실이 짜박대는 소리, 냉장고 여닫는 소리,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 밥 끓는 소리가 들린다. 조기 매운탕이 나왔다. 듬성듬성 자작자작 내려앉은 조기를 숟가락으로 쓰윽 문질렀다. 국물 맛이 심심하면서도 걸쭉하다. 비릿하지 않고, 개운한 맛이다.

 “은자네 소주방, 김치찌개, 황실이 짜박짜박” 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불현듯 예전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술청들이 그 맛깔난 이름만 남기고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밖은 짙은 정적으로 휩싸이고,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박 작가는 첫눈에 반한 은자 씨의 손맛을 되새김질하듯 뭐라 중얼거린다. 예스럽고 정감이 넘치는 맛집들이 가뜩이나 그리운 시절이다.

 ▶ 식당 오픈: 오후 5시 이후

 ▶ 차림 : 코다리찜 15,000원, 조기매운탕 15,000원, 홍어찜 15,000원 황실이짜박짜박 15,000원, 장어볶음 20,000원, 김치찌개, 된장찌개, 애호박찌게 각각 6,000원

 ▶ 주소 : 광주 북구 군왕로 8번길 31-1(풍향동 665)

 ▶ 연락처 : 062-265-3939

글·사진: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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