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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밑 休하기 ‘人+木’]마치 들판에 쌓아놓은 고봉밥
대촌동 도금마을 이팝나무
김세진
기사 게재일 : 2016-05-11 06:00:00
▲ 남구 도금마을 도금제방에서 자라는 만개한 이팝나무(남구보호수:1982-16호).

 1980년 5월18일(日) 일요일. 대학 본고사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의 눈에 들어온 이팝나무는 지금처럼 하얀 쌀밥을 가득 담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저승길에 필요했던 양식이 밤(栗)이듯이 산 자들의 양식은 밥(食)이다. 80년 5월 항쟁 기간, 사람들은 주먹밥을 나눠 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80년 5월 광주를 상징하는 나무는 자연스럽게 이팝나무로 귀결됐다. 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 당시 시민군들은 광주시민들이 흰쌀밥으로 만든 주먹밥을 먹으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하얀 쌀밥을 연상시키는 이팝나무. 그 때 희생한 영령들의 혼령이 깃들어 있는 듯 숙연함과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에, 산 자들이 항상 찾아가는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의 가로수가 이팝나무길이고 시내 곳곳의 가로수 길이 이팝나무다.

 

5·18묘지·광주시내 곳곳에 심은 뜻

 

 예로부터 조상들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자연을 이용하는 삶을 살아왔다. 400여 년의 삶을 살아온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제방삼아 작은 연못을 만들어 농사에 이용했던 현명함이 돋보이는 대촌동 도금(陶琴)마을. 도금마을을 대표하는 노거수는 이팝나무이다. 도금마을 입구에는 입석(1976년 1월25일 다시 세움)이 있고 마을 안 쪽 도금지 제방에 느티나무(4그루, 2그루는 후대에 심음), 곰솔(5그루), 이팝나무가 양호한 생육상태를 보이고 있다. 마을숲에는 심재가 썩은 느티나무(흉고:611cm)와 광주시 보호수(82-16호)인 이팝나무(흉고:218cm,수고:8m) 노거수와 입석이 있었기에 정월 대보름날 농악놀이와 함께 지신밟기와 당산제를 지냈고(1999년까지 지냄) 농악놀이도 유명했다고 한다. 안내표지판에는 수령 350년으로 기록돼 있으나 흉고지름을 감안하면 약 250년∼300년으로 생각된다. 지난 2005년 광주광역시가 시민과 함께하는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벌이면서 광주시를 대표할 만한 5대 향토수종을 선정했을 당시 당당하게 이팝나무의 대표모수로 지정된 나무이기도 하다.

 이팝나무의 본 모습은 5월 입하무렵에 피는 꽃이다. 한창 만개한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들판에 쌓아놓은 고봉밥처럼 보인다.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us Lindl. &Paxton)는 물푸레나무과의 잎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까지 잘 자라는 공원수·풍치수이다. 이팝나무를 멀리서 보면 초여름에 흰 눈을 덮고 있는 풍경이다. 이팝나무는 입하쯤에 꽃을 피우는 나무이기에 모내기철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도금마을에서는 이팝나무 꽃이 위쪽부터 피면 모를 일찍 낸 논들에 풍년이 들고, 아래쪽부터 피면 모를 늦게 낸 논들에 풍년이 들고, 꽃들이 전체적으로 만개를 하면 모든 논들에 풍년이 든다는 말이 구전되고 있다. 이팝나무에 꽃이 만발해 별나게 희면 그해의 벼농사는 대풍이 드는 조짐이라고 여겼다.

 

‘왕족 이씨들이 먹는 밥’서 명칭 유래

 

 ‘이팝나무’라는 말은 ‘이밥나무’가 변한 말인데, ‘이밥’은 쌀밥을 말한다. 지금이야 쌀밥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주식이지만 옛날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족인 이씨(李氏)들이나 양반네들이 먹는 밥이지, 일반 서민은 감히 먹을 수 없는 귀한 밥이라 ‘이씨의 밥’, 즉 ‘이(李)밥’이라고 하였단다. 가난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에는 그 귀한 이밥 한 그릇 먹어보는 것이 모두의 소원이기도 했다.

 이팝나무는 5∼6월에 꽃이 피어 향기 많은 흰빛 꽃들이 나무 전체를 덮어 마치 초여름에 흰눈이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해준다. 가지와 줄기는 회갈색으로 어릴 때 수피가 벗겨진다. 5월쯤 새 가지에서 꽃이 피는데 꽃은 흰색을 띠고 암수 딴 그루다. 20일간 은은한 향기가 유지되며 통부가 꽃받침보다 길다. 열매는 9~10월쯤 진한 흑색으로 익어 초겨울까지 달려 있고 먹을 수 있다.

 5월, 온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오신 날과 어린이날을 전후해서 피기 시작하는 이팝나무의 꽃을 찾는 것은 어떨까“ 하얀 쌀밥을 그릇 가득 담아놓은 황홀경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남구 대촌동 도금마을, 이장마을, 광산구 동호동 양송천묘역(광주광역시 기념물 제8호) 등 조용하고 아담하게 숨어있는 곳들을 가만가만 찾아가 보는 즐거움을 맛보시기 바란다. 어머니가 그릇가득 담아놓은 하얀 쌀밥의 포근함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는 이곳을 찾아가 이팝나무 꽃속으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빛을 청해놓고 이팝나무 꽃의 황홀경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즐거움을 맛보시기 바란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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