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챗살 모양…광주 보호수 중 유일 반송

▲ 2012년 8월 볼라벤 태풍의 영향으로 굵은 가지가 부러진 후 주변 생육환경 악화로 남아있는 굵은 가지도 고사되어 반송(盤松)의 품위를 잃어가 보는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夏至)가 지나가니 장마를 품고 오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장마다 비가 내립니다. 소서(小暑)가 다가오니 남부지방에도 장마전선이 오래 자리 잡아 습도가 높아지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니 따가운 햇빛이 그리워지는 시기이고, 본격적인 더위 덕분에 온갖 과일과 소채가 풍성해지기에 애호박 요리가 본맛을 내는 철입니다.

 광주생명의숲이 키엘(Kiehl’s)화장품의 지원으로 회원님들과 함께 광주광역시 관내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류(잣나무, 백송, 테에다, 대왕, 인디안로지) 보호수, 노거수, 마을숲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보호수는 남구 1그루, 북구 2그루, 서구 2그루, 광산구 1그루이고 다수의 노거수와 소나무가 자라는 멋들어진 마을숲도 있기에 가만가만 찾아 뵙고 생육환경과 관리방향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마을 주민들에게 많이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10여 개 줄기 뻗어 단아한 경관미

 

 가장먼저 찾은 장소는 광주에 한 그루밖에 없는 석정동 반송(남구 보호수)입니다.

 석정동(石亭洞)은 원래 광산군(光山郡) 계촌면 지역으로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석교리(石橋里), 내동리(內洞里), 상장리를 합하여 대촌면(大村面) 석정리가 되었다가 1988년 광산구가 신설되면서 광주직할시 광산구 석정동이 되었으며, 1995년 남구의 신설로 광주광역시 남구 석정동이 되었고, 석정동은 법정동이고, 행정동은 대촌동(大村洞)입니다.

 석정(石亭)마을은 북쪽의 봉황산 자락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동쪽과 서쪽은 봉황산 자락이 튀어나와 마치 마을을 감싸 안은 듯한 형태를 취하고 남쪽으로는 드넓은 마을 앞 전답이 평지를 이루고 그 너머로 등룡산 자락이 막고 있는 마을로 23기의 고인돌이 있는 아주 오래된 마을이지요.

 이 마을에는 남구 보호수(10-6-9-6)로 지정된 반송(盤松)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 반송 덕분에 석정마을의 품위가 더해졌고,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이 반송은 10여개의 줄기가 단아하게 뻗은 경관미가 뛰어난 소나무의 한 종류(수고:약 8m, 흉고:약 442cm)로 수령은 약 350년 정도로 개인 사유지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2012년도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굵은 줄기들이 부러지고, 그 이후 굵은 줄기들도 고사되어 조속한 외과 수술이 필요하고 주변 생육환경 정비 작업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더불어 소나무의 특성을 고려한 생육환경 조성이 없고, 뿌리주변으로 비옥한 토양으로 인한 나무의 고사 현상으로 인해 굵은 가지들은 이미 고사되어 나무전체의 생육환경도 아주 열악한 실정입니다.

 일반적인 소나무의 생육환경은 산성토양이어야 잘 자랍니다.

 60~70년대 가을에 떨어지는 소나무 잎은 가정의 온돌을 따뜻하게 해주는 최고의 난방재료였기에 동네 주민들이 늘 모으는 겨울 땔감으로 소나무가 자라는 땅은 늘 붉은 맨땅이었습니다.

 반송(소나무과:Pinus densiflora for.multicaulis Uyeki)은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소나무와 비슷하지만 모양은 조금 다르지요.

 줄기가 하나만 올라와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밑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가 갈라지면서 자라는 것이 특징으로 전체적인 바깥모습은 둥근 부챗살 모양으로, 곧게 자라는 소나무보다 곡선의 부드러움 때문에 멀리서 보면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답기에 관상가치가 뛰어나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만지송으로 불려…꺾꽂이·삽목으로 번식

 

 반송은 어릴 때 소나무의 가운데 새순이 잘려나가면 옆가지가 자라 반송 모양으로 자라기도 하지만, 반송의 씨앗을 파종하면 극히 일부만 어미의 특징이 나타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보통 소나무처럼 자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송을 만지송(萬枝松)이라고도 부르기에, 반송의 번식은 주로 꺾꽂이나 삽목으로 하는데, 소나무 종류는 삽목보다는 접목을 더 손쉽게 할 수 있지요.

 소나무는 나무중에 우두머리라는 뜻이고, 소나무(松)는 진시황(秦始皇)이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오대부(五大夫)라는 작위에 봉한 나무이듯이, 국내에서도 조선 세조에게 벼슬을 받은 소나무가 속리산 정이품송(正二品松)입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 종류에는 잎이 2개인 소나무, 곰솔(해송)이 있고, 3엽인 백송, 리기다소나무, 테에다소나무, 리기테에다소나무, 인디안로지소나무, 버지니아소나무, 방크스소나무, 대왕소나무, 5엽인 잣나무, 섬잣나무, 눈잣나무 등이 있습니다.

 소나무를 부르는 이름에 금강송, 안면송, 안강송은 그 지역에서 자라는 유전자가 각기 다른 소나무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육송, 적송(赤松-Akamatsu)이란 표현은 일본말이지요. 적송(赤松-Akamatsu)이란 단어를 사용한 장본인은 조중응으로 그는 을미사변 때 명성황후 거처인 건청궁으로 일본무사들을 안내해 명성황후를 시해하도록 사주하고 사건 직후 법부 형사국장으로서 명성황후(明成皇后)를 서둘러 폐비 조치하는 등 사후 처리에 가담하였다한 공으로 요직을 거처 농상공부대신에 올라 융희4년(1910년) 조중응이 ‘농상공부고시 9호-和韓韓名대조표’에서 ‘소나무’란 이름은 쓰지 말고 ‘赤松’이라고 써라는 명을 내립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문명의 흥망성쇠의 중심에는 나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자라는 숲에서 사람들의 문화가 형성되었듯이 과거의 문화가 숲과 노거수들의 고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처럼 숲과 노거수가 사라지면 그 주변의 모든 문화역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지요.

 광주광역시의 보호수중 유일한 석정동의 반송을 보호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까닭입니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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