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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밑 休하기 ‘人+木’]상서롭지만, ‘무지’에 홀대받는 월계수
광주 도심·단독주택 곳곳서 잘려나가고 고사돼
김세진
기사 게재일 : 2016-10-26 06:00:00
▲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주변 담벼락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7개의 굵은 가지(흉고:30cm∼35cm)높이:5m)로 잘 자라는 있는 월계수 나무.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 지나가고 11월3일 학생의 날이 다가옵니다.

 이 날은 항일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라의 동량(棟樑)인 학생들에게 자율적인 역량과 애국심을 함양시키기 위해 제정된, 정부 주관 기념일입니다.

 이 기념일의 진원지인 북구 독립로 광주제일고등학교 교정에는 1954년 6월10일에 국민성금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이 건립됐습니다. 그 주변은 나무들로 가득한 도심숲입니다.

 이 공원에서 자라는 나무들 중에는 이 기념공원과는 성격이 맞지 않는 일본 원산의 졸가시나무가 잘 자라고 있어서 당혹스럽습니다.

 한 그루의 노거수(老巨樹)는 마을의 민속·문화적 상징성을 나타냅니다.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신으로, 신과 인간들의 소통 통로가 되는 수단으로, 휴식과 모임·놀이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한 그루의 나무를 이용한 문화·관광상품으로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안에 심으면 상서로운 좋은 기운

 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주변 담벼락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7개의 굵은 가지(흉고:30cm∼35cm, 높이:5m)로 자라는 월계수 나무가 있습니다.

 남부지방에서만 자라는 월계수나무는 1800년도 말부터 서양 선교사들이 가져와 심기 시작했고, 전남지역에서는 주로 종가 정원에, 광주시내에는 1960년대부터 주로 학자들이 개인주택에 심은 월계수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월계수나무 잎에서 나는 진한 향기의 효과를 알았기에 서상(瑞祥)나무처럼 주로 집안에 심고 기른 이유도 분명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한 그루의 나무를 집안에 심어놓으면 그 나무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으로 인해 상서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여 서상(瑞祥)나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지인들의 집들이나 사무실 개소식에는 꼭 좋은 기운을 나게 해주는 월계수나무 화분을 들고 갑니다.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 기르다보니 잎에서 나는 향기를 항상 맡을 수 있어 좋고, 잎을 씹을 때 입안에 은은히 퍼지는 향 또한 잊지 못해 주머니 속과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잎에 좋은 향을 품고 있는 월계수나무는 녹나무과의 늘 푸른 큰 키 나무로 학명은 Laurus nobilis이고 일반명은 Bay Laurel 또는 Victor's laurel로 ‘승리’를 뜻하는 나무이고, 잎은 요리에 향료식품으로 쓰여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월계수나무의 잎과 열매에서 나는 강한 향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 때도 쓰였고, 상처 난 곳이나 관절염과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 약으로도 사용을 했습니다.

 

“환자 있는 집 걸어두면 살균효과”

 환자가 생기면 집의 문 위에 월계수 가지를 걸어 두기도 했습니다. 달콤한 향기가 주변의 공기를 살균해서 전염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엄나무를 집 대문 입구에 심거나 가지를 문지방 위에 걸어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최근에는 근육통과 관절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치료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월계수나무는 불멸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고대 그리스 올림픽 경기의 승자에게 오직 하나의 진정한 승자라 하여 월계수나무의 가지를 씌워 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이를 선발하여 이 월계수나무의 가지를 씌워 그 사람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전통이 최근까지 이어지는데, 시 부분에 탁월한 사람에게 쓰는 ‘계관시인’이란 칭호로 남아 있습니다. 로마시대 이후로 월계수 나무는 아름다운 수형 때문에 번영과 영광의 나무로 인식되어 고급관료들의 정원과 집 앞에 항상 심어졌습니다. 교회나 학교의 본관 정면에 심어놓으면 종교적인 상징성과 학문적인 상징성이 더하여져서 종교적인 믿음이 굳건해지고, 학문적으론 탐구정신이 배가된다고 해 세계 유수의 대학교에도 많이 심어졌습니다. 서울대학교 마크에도 월계수 나무가 있어 좋은 기운을 주는 나무라는 믿음을 더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징성을 가진 월계수나무가 광주 도심 공공장소와 단독주택 서너 곳에서 자라고 있지만 담당자의 무지로 잘려나가고 고사되고, 단독주택에서 자라는 서너 그루도 고사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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