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도 독감 걸리면 다 죽이니!”
“닭대가리? 그러지마 우린 겁쟁이도 멍청이도 아냐”

 -닭아 요즘 조류독감(AI) 때문에 힘들지?

 △말도 마! 언제 죽음을 당할지 모를 공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사람들은 독감 걸리면 예방주사 맞고 치료하고 그러다 금방 났잖아. 우리도 마찬가진데 왜 치료할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죽여야만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너희들이 현재 지구의 지배자라고 약한 생명을 너무 경시하는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해! 사람도 보호하지만 너희들도 보호하려고 그런다고 해. 나도 죽지 않고 서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너희들은 언제부터 사람과 함께 살 게 된 거야?

 △지구상에 닭은 한 종 뿐이야. 닭목 꿩과 닭에 속하지. 기원은 중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에서 들닭(멧닭)을 가둬 키운 게 시작이라고 해. 대략 3000~4000년 전이지. 신라의 닭과 관련된 김씨 시조 김알지 신화나 계림이라는 명칭 그리고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도 닭이 그려져 있어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닭을 가축으로 키웠다고 전해져.

 -닭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잖아. 도대체 몇 종류나 되는 거니?

 △닭은 200품종이 넘는데, 관상용으로 체구가 조그만 차보같은 당닭이나 긴꼬리닭(장미계)처럼 멋진 닭들도 있고, 인도산인 샤모나 일본산인 한두 같이 싸움하는 닭(game fowl)들도 있어 대개는 사람들이 식용으로 계량한 닭들(육용종)이나 알을 많이 나는 닭들(난용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닭도 일반 반려동물처럼 키우면 매우 이쁘고 사랑스러워. 아마 사람들은 닭이 없었으면 음식문화가 형편없었을 거야. 지구상의 닭 전체 마리수가 사람인구수의 3배 정도인 210억 마리 정도나 된다고 해.

 

▲지구상 닭 전체 마리수 사람의 3배

 -닭하고 꿩하고는 다르니?

 △닭도 꿩과에 속하지만 보통 일반 가축화된 닭이라고 하지. 꿩과는 종이 50종 정도나 되고 은계나 산계도 꿩과의 한 종인데 그냥 한문으로 실버 닭이라는 식으로 닭과 혼용해 부르기도 해. 서로 닭목에 속하니 성격이나 먹는 것도 비슷비슷 하지만 차이라면 꿩은 체구가 작고 알을 적게 낳냐며 일반 새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닭보다는 잘 날 수 있다는 거야. 공작이나 아프리카의 호로새 같은 것들도 여기에 속하고.

 -닭은 일 년에 알을 몇 개나 낳을 수 있어?

 △야생에서는 1년에 100~200개 정도 낳는다고 하는데 그 중에 새끼로 부화하여 키우는 것은 10마리 정도지. 그리고 대개 따뜻하고 먹을 것이 풍부한 봄철에 집중되어 낳지. 양계장 닭들은 연중 낳아도 보통 1년에 1마리가 평균 150개 정도 알을 낳는다고 해. 그리고 닭의 수명도 일반 개나 고양이 보다 긴 20년 정도라고 해.

 -닭은 왜 저녁이 되면 횃대나 나뭇가지위로 올라가는 거니?

 △우린 저녁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는 주행성 동물들이야. 저녁을 보내기 위해 발가락으로 꽉 붙잡기에 두께가 적당한 횃대로 올라가는데 자세도 안정적이고 천적들을 감시하기도 좋고 천적들이 잘 못 올라오기도 하기 때문이야. 즉 안전지대에서 자는 거지. 낮에 뿔뿔이 먹이활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서로 오순도순 모여서 체온도 나누고 서로 지켜주기도 하지. 그때가 하루 중 가장 편하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해.

 -닭은 정말 잠을 자는 거니?

 △사람과 같이 깊은 잠은 아니지만 꾸벅꾸벅 조는 듯한 선잠을 자지. 만일 깊이 잠들어버리면 균형을 잃고 횃대에서 떨어져 버리겠지. 조그만 자극에도 늘 날아서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 평생 깊은 잠은 제대로 못자는 거지.

 

▲올해 을유년…13간지 중 조류는 닭뿐

 -닭을 해치는 것들이 뭐야?

 △음! 옛날엔 주로 여우였는데 그들이 거의 사라지니까 요즘은 수리부엉이, 너구리, 담비, 족제비나 야생화 된 고양이나 들개들도 우리 위협하지. 알이나 병아리들을 쥐나 뱀이 노리기도 하고 말이야. 물론 사람을 제외한 자연천적들을 말하는 거고, 가장 위험하고 거대한 적은 사람이지.

 -닭은 왜 새벽에 그렇게 울어대니?

 △보통 우리 닭을 새벽을 여는 동물들이라고 하잖아. 대장 수탉들이 동이 트기 직전에 보통 우는데(4~5시)새날이 시작됐다고 동료들을 깨우기 위함이고, 수탉들끼리 서로 자기 힘과 영역을 과시하기 위함이지. 크게 우는 닭들일수록 힘이 셀 가능성이 높지. 사람들은 새날의 시작을 알리고 악몽과 귀신 그리고 불운과 나쁜 일을 쫓아낸다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인단다. 암탉도 곧 잘 울고, 새벽에만 우는 것도 아니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란 말이 있잖아. 개는 정말로 닭을 싫어하니?

 △시골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 개들이 닭 좇는 걸 좋아하긴 해. 하지만 같은 집에 사는 개들은 서로 돌보아 주는 관계이지 원수 관계는 아니야. 같은 집 고양이도 대개 닭들을 못 본척하고, 하지만 혹시 다른 집에 기웃거리다 다른 집 개나 고양이가 봤다면 잡아먹으려고 보다는 일부러 쫓아내려고 쫓기도 하지. 닭은 불리하면 담장 위나 지붕 위로 획 날아올라버리고 고양이면 모를까 개는 그 위로 오를 수가 없지.

 -올해 정유년이 닭의 해라는데 십이지신 중에 새들은 왜 너희 뿐 인거야?

 △ 그만큼 동양 문화권에서는 동물들 중에서도 새를 가볍게 여겼다는 말이기도 해. 하지만 닭은 사람에게 식량을 주고 악귀를 쫓고, 집을 지켜주고 알까지 주는 정말 은혜로운 동물이지. 그래서 고마운 동물로 닭을 십이지신에 넣은 거야. 지금 사람들도 그런 조상들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받아 들렸으면 좋겠어.

 

▲ 새벽에 우는 건, 동료들 깨우려고

 -왜 사람들은 좋지 않는 비유로 닭을 쓰는 걸까?

 △닭 머리, 닭 살, 바보나 겁쟁이 같은 비유로 닭을 많이 이용하긴 해. 어느 동물보다 모욕적인 표현들이지. 우린 다른 동물에 비해 멍청하지도 겁쟁이도 아니야. 주어진 운명에 최대한 순응해서 오래 살아남으려고 할뿐이지. 이제 닭을 좀 알았으니 그런 표현은 좀 자제해 주었으면 해. 십이지신에 우릴 포함시킨 너희 조상님들이 알면 아마 크게 야단치실거야.

 닭아, 난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늘 명랑하고, 부지런하고, 대개 다정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냥 닭이 먹는 치킨이 아닌 하나의 새 그리고 우리와 친근한 멋진 동물로서 보와 주었으면 좋겠어. 너한테 이야기하는데 우리 사람한테 하는 말이 되어버렸네. 늘 너희한테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안녕, 꼬끼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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